[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피살을 지시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NBC 뉴스 등 주요 언론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소식통을 인용해 CIA가 사우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살만 왕세자가 지난달 터키 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일어난 카슈끄지의 피살에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CIA는 상당한 확신을 가지고 이 같은 결론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CIA,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관련 브리핑을 받을 예정이다.
카슈끄지의 피살에 살만 왕세자가 직접 연루돼 있다는 사실은 사우디와 관계를 굳건히 해온 트럼프 정부에 골칫거리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란에 대한 압박을 키우는 한편 사우디 정부와 관계를 돈독히 해왔다. 사우디와 대규모 무기 판매 계약이 예정된 점 역시 트럼프 정부가 사우디와 관계를 중요시한 이유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아직 브리핑을 받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CIA와 다른 많은 이들과 이것을 이야기할 것이고 나는 비행기에 있는 동안 그것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살만 왕세자 가면을 쓰고 사우디에 대한 제재를 요구하는 활동가들.[사진=로이터 뉴스핌] |
WP에 따르면 지난 10월 15명의 사우디 요원들이 정부 소속 여객기를 타고 이스탄불로 날아가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카슈끄지를 살해했다. 당시 카슈끄지는 터키인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를 받기 위해 총영사관을 찾았다.
소식통들은 CIA가 이 같은 결론을 내기 위해 살만 왕세자의 동생인 칼리드 빈 살만 주미 사우디 대사가 카슈끄지와 가진 전화통화 등을 살펴봤다고 전했다. 살만 대사는 카슈끄지에게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소식통들은 살만 대사가 카슈끄지가 살해당할 것을 미리 알았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설명하면서도 당시 전화통화가 살만 왕세자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사우디 미국 대사관 대변인은 살만 대사가 카슈끄지와 결코 터키에 가는 일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번 수사 결과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살만 왕세자가 사실상 사우디의 통치자로서 이번 일이 그가 관련되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WP에 따르면 CIA는 살만 왕세자를 매우 기술적인 사람이라고 보면서도 변덕스럽고 거만해 자신이 할 수 없다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보고 있다.
CIA가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의 피살에 연루됐다고 결론 내리면서 이제 세계의 눈은 사우디와 관계를 중요시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