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민주당 비핵화특위 창립회의 기조강연서 언급
"6.12 정상회담서 동시이행 약속…후속협상서 北 선행동으로 회귀"
"리비아 방식 고수하면 완전한 비핵화 어려워…대책 세워야"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15일 "미국의 대북협상이 '리비아 방식'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달부터 FFVD 대신 CVID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창립회의 기조강연에서 "리비아 비핵화 협상을 이끈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리비아 방식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번 싱가포르 합의는 지난 1994년 제네바 북미 핵합의와 2005년 베이징 6차 핵합의 등 두 번의 선례와 순서가 다르다"면서 "앞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먼저였지만 6.12 합의는 1항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2항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고 세번째가 북한의 비핵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삼위일체로 세가지를 동시에 추진하는 동시이행 방식의 북핵문제 해결을 기대한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북미 수교가 먼저 나오도록 순서를 잡을리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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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15일 국회에서 열린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창립회의에서 심재권 위원장과 기조강연을 맡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위원들이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11.15 yooksa@newspim.com |
정 전 장관은 "북미 후속 협상과정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격언이 현실화됐다"면서 "미국 실무관료들에 의해 북한의 선(先)행동을 요구하던 지난 25년의 인습으로 복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북핵문제에서 북미는 사실상 갑을관계에 있기 때문에 북한의 정책보다는 미국의 정책이 중요하다"면서 "결국 리비아방식으로 회귀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리비아는 비핵화 후 미국과 수교까지 마친 이후 정권이 무너졌고, 이후 북한은 선비핵화는 반드시 '정권 교체(regime change)'로 이어진다는 공포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용어가 리비아 비핵화 협상때 미국이 거의 항복 수준의 요구를 한데서 나온 것이라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장관은 "이 때문에 미국은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전에 CVID 대신 FFVD라는 말을 만들어내 쓰기 시작했다"면서 "그런데 다시 이달부터 CVID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다시 CVID로 돌아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한국, 미국, 일본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창립회의에 참석해 심재권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11.15 yooksa@newspim.com |
정 전 장관은 "북한은 군사적 위협이 제거되고 체제 안전이 보장될 경우 단계적·동시적으로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상응조치를 요구 중"이라면서 "북한은 경직된 것 같지만 협상하기 쉽다. 한번 내놓은 얘기는 절대 바꾸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이 리비아 방식을 고수할 경우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이행할 가능성은 희박하며, 이 때문에 북미협상이 중간지점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미래핵 동결 수준에서 봉합된다면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