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분식회계로 결론나며 사상 최대 과징금 부과
‘7조원대 분식회계’ 대우조선 조치안보다 강해
사안의 중대성 크고 사회적 여론도 좋지 않아
“최소 6개월 이상 거래정지” 전망 우세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고의적인 분식회계로 결론이 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일단 금융당국의 이 같은 결정 직후 삼성바이오 주식은 거래가 즉각 중단됐다.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이에 대해 시장 안팎에선 상폐보다는 거래정지 및 경영정상화를 위한 개선기간을 거쳐 재개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삼성바이오는 과징금 80억원, 대표이사 해임권고 등의 조치를 받아 대우조선에 비해 강도가 높다. 사안의 중대성과 사회적 여론도 앞선 사례보다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이에 대우조선보다는 거래정지 기간이 길어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7조원대의 분식회계 혐의로 1년 넘게 거래가 정지된 대우조선해양 사례에 비춰 삼성바이오의 거래정지 기간이 이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고 봤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전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앞서 지난 1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약 4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최종 판단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를 고의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의 해임 권고와 함께 80억원의 과징금 부과 조치를 의결했다.
이날 증선위 결정 직후 주식시장에선 삼성바이오 주식 거래가 즉각 정지됐다. 한국거래소 역시 15일부터 삼성바이오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진행하며 상장 폐지 여부를 가릴 방침이다.
일단 업계에선 삼성바이오의 주권매매거래 정지가 최소 두 달 가량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소가 상장적격성 심사를 진행하고 기업심사위원회(이하 기심위) 소집, 상장폐지 또는 개선기간 부여 결정까지 영업일 기준 최소 42일에서 최대 57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상장적격성 심사에서 기심위 심의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오면 즉시 거래가 재개되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가능성은 높지 않다.
거래소가 심의기간을 연장하거나 삼성바이오가 기심위 결정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면 기간은 더 늘어난다. 거래소는 기심위 심의대상 여부를 판단하는데 최대 30일까지 사용할 수 있고, 기심위의 상장 폐지 여부 심사 기간도 기본 20일에 1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상장폐지 결정시 삼성바이오는 15일 이내에 이의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이후 상장공시위원회가 다시 상폐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심의한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언론보도 대로 증선위가 분식회계에 대한 고의성을 인정했다”며 “분식회계 규모나 사회적 관심을 감안할 때 거래정지 기간이 상당히 길어질 것 같다”고 진단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와 관련해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짓고 과징금 80억원과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 해임 권고, 검찰 고발 등을 결정했다. 사진은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장 leehs@newspim.com |
때문에 시장에선 거래정지 기간을 예측하는데 과거 대우조선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앞서 대우조선은 회계처리 기준 위반 및 전직 임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2016년 7월14일 장 마감 후 같은 해 9월28일까지 2개월 동안 거래 정지 처분을 받았고, 이후 기심위로부터 상장폐지 대신 경영정상화를 위한 개선기간 1년을 부여받아 2017년 10월30일이 돼서야 거래가 재개됐다. 이 과정에서 증선위는 대우조선에 대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총 7조8566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벌인 혐의로 과징금 45억4500만원과 재무 담당 임원 해임권고, 2019년까지 감사인 지정 조치 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과징금 규모다.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에 내린 과징금 80억원은 1년9개월 전 대우조선보다 약 35억원 많다. 지난 2016년 천문학적인 회계 조작 규모에 비해 너무 적다는 지적에 사업보고서와 증권발행신고서가 발행될 때마다 건별로 과징금을 적용하도록 업무규정이 개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의 죄질을 더 무겁게 판단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에 대우조선의 경우 산업은행이 파견한 재무 담당 임원(CFO)에 그쳤던 것과 달리 김태한 대표이사를 직접 적시한 해임 권고안 역시 이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사례로 꼽힌다.
이에 대해 A 증권사 관계자는 “시가총액 20조원이 넘는 대형주를 상장폐지하는 것은 당국에도 큰 부담일 수 있다”며 “과거 대우조선 사례처럼 개선기간을 부여하고 거래정지 기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B 증권사 관계자도 “거래정지 기간이 얼마나 지속될지 예측하는 것은 현재로선 의미가 없다”면서도 “이해 관계자가 복잡하고 선례도 있는 만큼 최소 6개월 이상의 거래정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