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총장 "北 미사일, 워싱턴보다 뮌헨이 가깝다 말해"
"한국, 국제적 고립 자초할 수도...전통 우방동맹 공조 틀 자주 벗어나"
"문 대통령도 유럽서 대북제재 완화 통할 것으로 생각 안했을 것"
"리선권 '냉면 목구멍' 발언 일종의 핵공갈..협상파트너 교체 요구해야"
[서울=뉴스핌] 김승현 김은빈 기자 한솔 수습기자 =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은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의 지난달 유럽순방 결과, 유럽 정상들이 아베 총리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혹평했다.
정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현 정부가 북한 비핵화에 대한 촉구 없이 대북제재 완화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서방국가들과의 외교에서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정 의원은 "북한과의 외교에서 모험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수구냉전 논리가 아닌 신중론 입장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공동 기자회담을 가진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정 의원은 “유럽 외교는 문재인 대 아베였는데, 유럽은 문 대통령과 달리 대북제재 완화 반대 이야기만 한 아베의 손을 들어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베는 ‘대북제재를 해제하면 안 된다. 압박해서 비핵화를 얻어내야 한다’는 정반대의 메시지를 가지고 유럽 정상외교를 했는데, 유럽 정상들이 문 대통령보다 아베의 의견에 더 많이 동조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유럽은 미국보다 (대북제재에 대해) 더 강경하다"며 "'북한의 미사일 사정거리는 워싱턴보다 뮌헨이 더 가깝다'고 한 나토 사무총장 이야기가 정답"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의 분석은 일본 내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컨센서스(합의)를 이룬 내용이다.
일본 내에서 대표적인 보수우익 매체인 산케이신문은 지난달 23일자 기사에서 “아베 총리는 17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에 대한 견지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일치했다. 북한의 제재 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유지하고 강화한다는 점도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는 또 “성명 발표 배경에는 프랑스 등 유럽을 순방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기 위해 UN제재 완화를 요구한 것에 대한 경계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진보적으로 평가받는 일본 아사히신문도 지난달 21일자 기사에서 “한국의 문 대통령이 19일 방문한 브뤼셀에서 영국 메이 총리와의 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진전시킬 경우 인도적 지원이나 제재의 완화가 필요하다’며 UN안보리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메이 총리는 북한의 현재 조치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인식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는 특히 “문 대통령은 15일에 파리에서 회담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에게도 같은 내용의 제안을 했지만 마크롱 대통령도 ‘실질적인 비핵화가 실현될 때까지 제재를 계속해야만 한다’고 찬성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정상회담을 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정 의원은 이 같은 현실에서 문 대통령의 외교가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굉장히 리스키(위험)하다. 전통적인 동맹우방의 공조 틀을 너무 자주 벗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도 노골적으로 분노라는 평가까지 나온다”며 “이는 정권에만 부담이 아니고 국민들 피부에 좋지 않은 결과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 의원은 이어 “예를 들어 우리 금융기관을 제재하면 피해는 국민한테 돌아간다. 그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며 “정권에 따라 일관성 없이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한다. 어떻게 보면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숙명일 수 있지만 이 문제는 이렇게 풀어가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가 먼저 나서서 대북제재를 풀어줘야 한다는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한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김정은도 대북제재 때문에 못 살겠다고 어려운 줄 알면서 부탁을 했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도 그러니까 숨통을 틔워주려는 게 아니겠나. 유럽에서 대북제재 완화해달라는 것이 통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인식은 수구냉전 논리나, 한반도 평화 정착을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위험한 모험을 할 일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정 의원은 “북한은 내버려둬도 국제사회로 나오게 돼 있다. 거의 숨이 막혔었다. 고사가 전쟁 일으켜서 죽이자는 게 아니다”라며 “북핵문제는 모험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모험하지 말자는 게 야당의 입장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이어 “우리의 목표는 핵 없는 평화다. 현 정권은 핵 있는 평화인들 어떠냐는 것인데, 이는 받을 수 없다. 핵을 기반으로 한, 핵을 용인하는 평화야말로 허구”라며 “평생 우리 국민을 북한 핵 볼모로 하자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정 의원은 그러면서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냉면 목구멍’ 논란도 ‘일종의 핵 공갈’이라고 해석했다. 정 의원은 “북한은 ‘우리는 핵이 있다. 남한은 끝내 따라올 수 밖에 없다’ 이렇게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며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막말과 무례, 거친 언사가 일종의 핵공갈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거론하며, "이 시점에서 정부가 협상 파트너인 리선권 교체 요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 전 장관은 지난달 3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리 위원장은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고 보이기 위해 문제의 목구멍 발언을 했을 수 있는데, 지금 뭘 잘못 알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측의 사과나 재발 방지에 대한 조치가 없다면 회담 상대 교체를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