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미국이 대이란 제재의 소기 목적을 달성하려면 방대한 요구사항부터 조절해 이란을 대화에 끌어들이는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로이터통신이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과격한 태도는 오히려 협상과 멀어지는 길이라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오는 5일(미 동부시간 기준) 대이란 원유제재 복원을 앞두고 미 관리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유연한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해왔다. 자칫하면 전 세계 원유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물가가 폭등하는 사태는 막아야한다는 이유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15년 체결한 이란 핵 협정을 파기하면서 핵, 미사일 개발 및 중동 역내 활동 등 이란의 광범위한 활동을 제재할 ‘최대압박(maximum pressure)’ 전략의 일환으로 경제 제재론을 내세웠다.
그러나 백악관 전직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과격주의자(maximalist)”처럼 굴고 있다고 지적한다. 타협은 철저히 배제하고 그저 이란에 최대치만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우라늄 농축활동 전면 중단, 레바논 무장정파인 헤즈볼라 지원 중단, 유엔(UN) 조사관의 군사시설 등 전 지역 접근권 등을 요구하고 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가 과격주의자와 다를 바 없으며, 미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일 이란 정권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정부의 항복이나 붕괴를 원하나 “그들(이란)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고집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유연하게 대처할 기미를 보인다면 “이란 정부도 협상을 시작하는데 동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란이 농축 우라늄 재고를 완전히 없애지 않아도 우라늄 농축 활동을 제한하는 정도에서 합의할 수 있고, 2015년 이란 핵 협정에서 합의된 것보다 핵 사찰 수준을 강화할 수도 있다.
일단 백악관은 당장 5일 발동될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를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비현실적이란 점은 인지한 듯 하다.
존 볼턴 백악관 보좌관은 전날 “동맹국들을 해치고 싶지 않다”며 이란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제재 대상에서 “면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 한국과 인도가 이란산 원유 일부를 계속 수입할 수 있는 미국과의 합의에 거의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원유제재 외에도 미 재무부는 이란의 국제 금융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국제은행간통신협회 스위프트(SWIFT)에서 이란 금융기관들을 배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협정을 파기할 당시 이란에 “최고 수준의 경제적 제재”를 부과할 것이며, 이란이 결국 새로운 협정을 체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란)이 원할 때 나는 준비돼있을 것이고 기꺼이 (대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한 것과 달리 협상의 최대 걸림돌은 그에 대한 신뢰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5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등 6개국과 체결한 이란 핵 협정을 올 초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이란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정이란 이유에서다.
정작 이란 정부는 새 협상을 “굳이 왜 하냐”는 식이라고 리차드 네퓨 전 국무부 제재정책부 조정관은 설명했다. 이란이 협상에 순순히 나서기보다는 미국 제재에 맞설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만약 이란이 원유 금수조치 압박에 못 이겨 협상에 나서더라도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를 지켜본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존 알터만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CI) 부소장은 이란이 지금처럼 “비굴한 약자 처지에 놓였을 때는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협상거리를 만들기 위해 미국의 요구에 반하는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알터만 부소장은 “미국이 압박 수위를 높일 수록 이란은 트럼프 행정부가 우려하는 일을 더 벌일 것이다. 그러고 난 뒤 양측은 대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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