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의혹 및 이메일 모두 거짓으로 추정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도널드 트럼프 선거 캠프의 연루 의혹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소문이 떠도는 가운데 해당 소문이 열렬한 공화당 지지자의 자작극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CNN의 3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번 자작극은 지난달 유력 언론사의 기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로레인 파슨스라고 밝힌 여성에게 이상한 메일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메일의 내용은 뮬러 검사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증언할 경우, 금전적 보상을 하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기자들이 해당 여성과 연락을 취하려고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심지어 해당 여성이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이에 뮬러 특검의 대변인 피터 카는 30일 성명을 통해 "지난주 일부 여성들이 돈을 받는 대가로 특검에 대한 허위 진술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FBI에 즉각 수사를 요청했다"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도널드 트럼프 선거 캠프의 연루 의혹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 검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언론사 더 애틀랜틱이 받은 이메일에 따르면 자신을 로레인이라고 밝힌 여성은 '슈어파이어 인텔리전스'라는 민간 기업에서 일하는 남성에게 약 2만달러를 받는 대가로 거짓 증언을 할 것을 요구 받았으며, 해당 남성이 공화당 측 로비스트이자 유명한 음모 이론가인 잭 버크먼과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로레인은 이어 1974년 자신이 한 로펌에서 뮬러 특검과 함께 일했다고 말했지만, 해당 로펌은 매체에 로레인이라는 여성의 고용 기록이 없다고 전했다. 즉 로레인이라는 여성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또 '슈어파이어 인텔리전스'를 운영하는 제이콥 월이라는 인물이 사건이 터지기 전 29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몇몇 미디어 소식통이 나에게 뮬러 검사에 대한 스캔들 추문이 내일 터질 것이라고 귀뜸해줬다"며 사건이 터질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논조의 글을 적은 것으로 나타나, 해당 인물이 이번 공작과 연관성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여기에 버몬트법대 교수인 제니퍼 토브가 뮬러 검사와 만났을 당시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면 보상을 해 줄 것이라는 내용의 메일을 받았다고 고백하며, 사건의 정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토브 교수는 CNN에 자신은 뮬러 특검과 만난 적도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으며, 해당 이메일을 바로 미 법무부에 보냈다고 말했다. 토브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낸 사람은 사이먼 프릭이라는 인물로 자신이 슈어파이어 인텔리전스에서 리서처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CNN을 비롯한 많은 언론사에서 사이먼 프릭을 포함해 슈어파이어 인텔리전스에서 일한다는 직원들을 조사했으나, 그들의 구인·구직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인 링크드인에 올라온 사진들은 유명 배우들의 사진을 도용한 것들이었다. 여기에 CNN이 슈어파이어 인텔리전스의 웹사이트에 적혀진 전화번호로 연락을 취하자 모두 제이콥 월 모친의 보이스메일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제이콥 월은 여기서 더 나아가 슈어파이어 인텔리전스가 버크먼과 연결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버크먼이 뮬러 특검의 과거를 조사하기 위해 슈어파이어 인텔리전스를 고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슈어파이어 인텔리전스가 제이콥 월이 운영하는 실체가 있는 기업이며, 뮬러 특검에게 성폭행 당한 피해자를 공개할 것이라고 주장했던 버크먼은 이제 로레인이라는 인물도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즉, 뮬러 특검의 성폭행 의혹 그리고 성폭행 의혹이 조작됐다는 이메일 역시 모두 공화당 지지자가 꾸며낸 사건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번 일이 제이콥 월이라는 20살의 열성적인 트럼프가 혼자 꾸민 일인지, 버크먼도 연류된 일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인터넷매체인 복스(VOX)는 버크먼 역시 월에게 속았을 가능성이 있으며, 월이 단순히 언론을 골탕먹이기 위해 사건을 꾸며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