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발언, 중간선거 겨냥한 '정치적 쇼'에 가까워"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출생자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출생자 자동 시민권 제도'를 행정명령으로 폐기할 계획이라고 밝힌 가운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CNN과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출생자 자동 시민권 제도'를 중단은 '수정헌법 14조'와 충돌하기 때문에 행정명령으로도 실행되기 어려우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법적인 논거에 근거한 것이 아닌 다음 주 치러지는 중간선거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공개된 악시오스(Axio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외국인이 들어와 아이를 가지면, 그 아이가 자동으로 모든 혜택을 누리는 미국 시민이 되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라고 말하며, "이것은 말도 안 되며 끝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발언이 공개되자 행정명령으로 헌법에 명시된 권리를 없애는 것과 관련, 위헌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미국의 수정헌법 14조는 "미국에서 출생하거나 귀화한 사람, 미국의 관할권에 속하는 모든 사람은 미국의 시민이다"라고 규정돼 있다. 헌법에 따라 미국에서 태어난 모든 외국인의 비(非)시민권자 및 불법 이민자의 자녀들은 시민권을 부여받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CNN은 트럼프의 행정 지침을 두고 150년 전에 개정된 미국 헌법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이민 문제를 겨냥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행정 명령에 서명할 것인지 밝히지 않았으며, 과거에 행정 명령을 시행하겠다고 예고만 하고 실제로 이행되지 않은 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즉, 해당 제도의 폐기 가능성과 무관하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구상은 선거를 코앞에 두고 (보수층)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일련의 행보 중 하나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북상하는 중미 이민자 행렬인 캐러밴을 비난하며, 국경 폐쇄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미 국방부가 캐러밴을 막기 위해 약 5200명에 달하는 군 병력을 멕시코 국경지대에 배치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 문제를 핵심 문제로 내세우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는 주장이 대두됐다.
NYT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이성적인 법적인 논거에 근거한 주장이 아닌, 정치적인 쇼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또 CNN과 마찬가지로 트럼프의 구상이 중간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나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시기가 의심스럽다고 부연했다. 이어 트럼프가 행정명령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으며, 헌법의 내용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도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오마르 자드와트 국장은 NYT에 "대통령은 행정 명령으로 헌법을 지울 수 없다. 수정헌법 14조가 시민권을 보장하는 내용은 분명하다"며 "이것은 중간선거를 며칠 앞두고 분열의 씨를 뿌리고, 반(反)이민 정서의 불길을 부채질하려는 노골적이고, 위헌적인 시도"라고 트럼프 행정부를 규탄했다.
미 의회에서도 출생자 시민권 부여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민주당 소속의 마크 워너(버지니아)는 이번 논란을 두고 "이민에 대한 두려움을 되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하고,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또 한 번, 대통령의 말은 중요하다. 미국의 대통령을 포함한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은 헌법이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백악관은 행정명령과 관련해 아직 추가적인 내용을 내놓지 않았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