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억엔까지 축소했다 다시 8000억엔으로 늘려
출구전략 한층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
[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본은행(BOJ)이 초장기 양적완화에 대한 부작용을 완화하고자 대폭 축소했던 상장지수펀드(ETF) 구입액을 주가 부양을 위해 다시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ETF 구입이 다시 증가 기조로 돌아서게 되면 BOJ가 출구전략을 모색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 [사진=로이터 뉴스핌] |
BOJ는 지난 7월 30~31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ETF 매입 비율을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5월 약 6000억엔, 6월 약 7300억엔, 7월 2400억엔을 기록했던 ETF 구입액은 8월 약 1700억엔까지 축소됐다. 하지만 9월 들어 약 4400억엔으로 늘어난 ETF 구입은 10월에는 26일 기준으로 약 8000억엔까지 확대됐다.
BOJ가 ETF 구입을 다시 확대한 배경에는 26일 닛케이평균주가가 장중 한때 2만1000엔선 밑으로 떨어지는 등 일본 주식시장이 매우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BOJ는 ETF 구입 기준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TOPIX(토픽스) 오전 종가가 전 영업일 종가에 비해 어느 정도 하락했는지를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기준을 넘어 하락하면 오후에 BOJ가 ETF 구입에 나서는 흐름이다.
7월 말 BOJ가 새로운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는 오전 장에서 토픽스가 0.2% 하락한 경우에도 ETF 구입에 나서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8월에는 0.4%대 하락에도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시장에서는 BOJ가 ETF 구입 기준을 대폭 상향조정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닛케이주가가 한때 2만4000엔대까지 상승했던 9월에도 0.3%대 하락 장면에서 구입을 보류했던 적이 있다. 한편, 10월에는 0.4%대 하락은 물론 0.2%대에서도 구입에 나서는 일이 있었다.
최근 1년간 닛케이주가 추이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
BOJ가 7월 말 ETF 매입 비율 조정을 결정한 것은 ETF 구입으로 주식시장이 본래의 기업 가치를 반영하기 어려워지는 등 양적완화에 따른 주식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인 주가 연쇄 하락 등으로 일본 주식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BOJ가 ETF 구입을 축소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주가 하락은 투자 심리 악화 등을 통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데다, 디플레 탈피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BOJ의 향후 ETF 구입 동향에 대해서는 이달 말 발표되는 ‘경제·물가정세 전망(전망 리포트)’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현 시점에서 BOJ는 경제에 대해 “완만한 확대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는 종래 전망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BOJ 내에서는 세계경제의 하방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신문은 “향후 BOJ의 ETF 구입을 점치는 의미에서도 전망 리포트의 리스크 분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