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쇼기 피살 사태 여파로 외국인들이 사우디 증시에서 지난 한주간 약 40억1000만리알(약 1조2100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중순 증시를 외국인에 개방한 이후 최대 수준이다.
카쇼기 암살 배후로 지목된 사우디에 대한 국제 여론이 악화되면서 동요한 투자자들의 대규모 ‘팔자’ 행진이 이어졌다고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최근 5일간 사우디아라비아 타다울 종합주가지수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
사우디 정부는 지난 20일 카슈끄지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벌어진 주먹다짐으로 우발적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카슈끄지의 행방을 ‘모르쇠’로 일관하던 사우디 정부가 사건 발생 2주여 만에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증권거래소 데이터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50억리알어치를 내다팔고, 9억9130만리얼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소매 투자자와 고액자산가(HNWI) 등 개인 투자자들이 34억리얄어치를 팔아치웠고, 다른 걸프 지역 아랍 국가 투자자들도 순매도 공세에 가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캄 캐피탈의 얍 마이어 수석연구위원은 “시장이 사우디와 미국 간 ‘근본적으로 다른’ 관계를 주시하며 값을 매기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동지역 정책과 국제 원유시장에서 사우디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미국과 사우디 간 긴밀한 동맹체제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카슈끄지 사건에 대한 사우디 측 해명에 “좋은 첫 걸음이나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이로 인한 대(對) 사우디 제재를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국제사회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딜레마를 반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사우디 금융기관들은 78억리얄 규모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널리스트들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세가 나타난 이후 국영펀드들이 증시를 지지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증시는 지난 2일 카슈끄지 실종 이후 4% 가까이 떨어졌다. 시장은 앞서 모건스탠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이 내년부터 사우디를 신흥국(EM) 지수에 편입한다고 지난 6월 발표했을 때부터 이미 약세 조짐을 보였다.
전거래일에 3.5% 급락한 사우디 타다울 종합주가지수는 21일 0.2% 상승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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