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국내 주요 면세점 판매직 노동자들이 휴게실과 화장실이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근무수칙에 따라 고객용 화장실은 사용하지 못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의원과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 노동조합연맹이 조사한 결과 전국 주요 6개 면세점에 판매직 노동자를 워한 휴게실과 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적게는 187명, 많게는 2180명의 판매직 노동자들이 하나의 휴게실을 이용하고 있었다.
고객용 화장실 이용을 금지하고 있는 직원근무수칙[사진=이용득 의원실] |
판매직원이 2500여 명에 달하는 롯데면세점의 본점에 설치된 휴게실은 3곳으로 평균 856명의 직원들이 1개의 휴게실을 사용해야 했다. 판매직원이 2180여 명인 신세계면세점은 건물 내 휴게실이 1개에 불과해 사실상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는 게 이 의원 측의 주장이다.
이 의원은 직원 수 1693명의 신라면세점 본점은 이마저도 없어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는 지하로 연결된 독립된 건물의 휴게실을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뿐만 아니라 6개 면세점 모두 직원 근무수칙을 통해 직원들의 고객용 화장실 사용을 전면 혹은 부분적으로 금지하고 있었다.
직원 전용 화장실은 턱없이 부족해 롯데면세점 본점은 평균 128명, 신세계면세점 본점은 91명마다 1칸의 화장실을 사용해야 했다. 신라면세점 본점은 건물 내에는 직원 화장실이 없었고 독립된 건물의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이 같은 열악한 환경으로 판매직 노동자들은 일반 여성 노동자들에 비해 하지정맥류를 진단받은 비율이 25.5배, 족저근막염은 15.8배 더 높았다. 제때 화장실을 가지 못해 방광염을 진단 받는 비율도 3.2배 더 높았다.
노동자들의 ‘휴식할 권리, 앉을 권리’를 도입한지 10년이 흘렀지만 백화점과 면세점 등 대형유통업체들의 ‘고객 우선주의’와 당국의 무관심으로 인해 판매직 노동자들이 기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다는 지적이다.
이용득 의원은 “부족한 휴게 공간으로 인해 휴식이 필요한 노동자들이 식당이나 탈의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낡은 ‘고객 우선주의’ 관행을 종식하고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권리가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면세업체들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교대 근무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인원수를 단순 계산한 것은 불합리하다는 항변이다.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교대 근무에 따른 인원 교체를 감안하면 동시간대 약 29명의 직원이 화장실 1칸을 사용하는 수준이다. 이는 이 의원 측이 밝힌 1칸당 91명과는 3배 정도의 차이가 있다.
또한 휴게실도 실제로는 남자 휴게실 1곳, 여자 휴게실 2곳 등 총 3곳이 있는 곳으로 확인됐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판매직 노동자의 복지와 휴식을 위해 본사가 더 신경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다만 교대 근무에 따른 동시간대 근무 인원을 감안하면 조사 결과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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