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종전선언 중요하지 않아"…北매체도 종전선언 언급 '無'
北 진의 두고 해석 분분…"무게 낮추려는 전략" vs "우회로 택한 것"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사뭇 달라졌다. 미국이 종전선언의 대가로 핵리스트 제출 등을 요구하자 "종전선언에는 그만한 가치가 없다"며 스스로 종전선언을 협상 지렛대에서 내려놓는 모습이다.
대신 북한의 목적인 '단계적 대북제재 완화'를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본격적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연내 종전선언'을 건너뛰고 본격적인 북미 협상이 시작될지 주목된다.
18일 외교가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위원장은 지난 7일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종전선언은 중요하지 않다"며 대북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평양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동안 일관되게 '종전선언 채택'을 요구하며 미국을 비난했던 북한 매체들 역시 최근 한달 동안 종전선언에 대한 언급을 전면적으로 멈췄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9월 중순 이후 종전선언 촉구에 대한 논평을 싣지 않았다. 연일 종전선언을 채근하던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 '메아리' 등도 최근 한달간 종전선언 대신 '대북제재 완화'와 '싱가포르 합의 이행'으로 타깃을 바꿨다.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일 "종전선언은 누가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다"며 "비핵화와 맞바꿀 흥정물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북한이 종전선언 주장을 멈추고 오히려 "중요하지 않다"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는 것에 대해 대북 전문가들도 진의를 놓고 해석이 엇갈린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 대북제재 해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생각에 잠겨 있다. kilroy023@newspim.com |
◆ "종전선언 이미 해결됐다고 판단...대북제재 완화에 초점 맞춘 듯"
우선 북한이 종전선언을 확실히 건너뛰려는 의도라기보다는 종전선언의 무게를 스스로 낮추는 것을 통해 미국의 상응조치 요구를 줄이려 한다는 분석이 많다. 오히려 빠른 종전선언 채택을 노리는 고단수 협상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종전선언을 포기했다거나 안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기보다 종전선언의 가치를 낮췄다고 표현하는게 맞다"면서 "종전선언의 가치를 너무 높여두면 북한이 넘어야 될 허들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이 종전선언에 너무 얽매이지 않으면서 대북제재 문제로 (협상의 주제를) 터닝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면서 "종전선언은 어느 정도 평양선언을 통해 해결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좌)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 "北, 핵리스트 제출 피하려 종전선언 중단...우회로 택한 것일 수도"
북한이 종전선언을 뛰어넘는 대신 북미 연락창구 정례화나 연락사무소 개설 등으로 북미협상의 초기조치를 갈음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은 불가역적인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면서 "종전선언 이전에 핵리스트 제출 등을 요구하는데 북한 입장에서 핵 리스트 제출은 부담스러우니 서로 우회로를 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 연구위원은 "종전선언은 미국이 (김정은 정권의) 체제 보장을 해주겠다는 약속 아니냐"면서 "스티브 비건(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라인을 정례적 커뮤니케이션 통로로 정상화를 한다던가, 연락사무소 등을 개설하는 우회적인 방법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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