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계좌 활용된 금융사기 올해만 7000건
지급정지된 대포통장 829건...실제는 더 많아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 직장인 김수화(32·가명)씨는 얼마 전 네이버 중고나라를 통해 콘서트 티켓을 판매하려다 황당한 경험을 겪었다. 구매를 원하는 이가 김수화씨의 인터넷은행 계좌에 입금하기를 꺼렸기 때문이다. 이유를 알 수 없던 김씨는 결국 예전에 사용하던 다른 시중은행 계좌를 구매자에게 알려주고 거래를 마쳤다.
[CI=케이뱅크, 카카오뱅크] |
인터넷 중고시장 등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개인 간의 거래에서는 이른바 ‘인터넷은행 기피’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쉽고 빠른 계좌개설을 악용해 사기거래에 이용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인터넷 사기피해 정보공유 사이트 더치트에 따르면 올해(1~9월 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를 활용한 사기피해 건수는 각각 5577건, 1490건에 달한다. 이는 더치트가 집계하는 44개 은행 중 3위와 9위에 해당하는 높은 수준이다.
더치트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기피해가 발생한 은행계좌 수는 은행의 규모와 비례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과 7월 인터넷은행 케이뱅크, 카카오뱅크가 출범하며 이 공식은 깨졌다.
김화랑 더치트 대표는 "사기피해 순위의 경우 기존에는 은행의 규모에 비례하는 경향이 컸으나 인터넷은행 출범 이후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며 "아무래도 계좌 개설이 비대면으로 쉽게 이뤄지다 보니 범죄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은행은 출범 초기 평균 5~7분이면 계좌개설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용도 증명 등 복잡한 절차가 시중은행과 달리 SNS 계정을 만들 듯,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출범 1년여 만에 700여만명의 고객을, 케이뱅크도 70여만명의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사기범죄 등에 악용되는 사례가 속출하며 쉽고 빠른 계좌개설이 되레 부작용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 11일 진행된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터넷은행의 쉬운 계좌 발급행태로 인한 대포통장 발급 사례 역시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특별법에 따라 지급 정지된 인터넷은행 대포통장은 829건(케이뱅크:265건·카카오뱅크:565건)에 달한다.
이 의원은 "대포통장의 경우 실제 적발되는 건수에 비해 유통되는 건수가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대포통장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터넷은행들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적법한 법의 절차에 따라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해줬을 뿐, 이를 악용해 사기범죄 등에 활용한 것은 고객 개인의 일탈이라는 설명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전자금융거래법을 어긴 고객의 경우 범죄 등을 우려해 계좌개설 등을 막고 있지만 개인 간에 발생한 사기 이력까지 확인할 방법은 없어 이를 모두 막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본인 명의로 정상적으로 개설된 계좌가 사기 등에 활용되는 것을 은행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