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이번 주 뉴욕 증시 급락 사태 원인으로 '알고리즘'이 또다시 지목됐다. 이번 매도세 가해자 수색 작업이 벌어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이같이 '기계'라는 익숙한 주체를 가리켰다고 로이터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미국 대표 주가지수인 S&P500지수는 지난 2월 이후 최대 일간 낙폭을 기록한 데 이날도 급락세를 이어갔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가속 기대에 따른 국채 시장의 급등세가 원인이라지만 투자자 일부는 이런 설명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오메가 어드바이저스 창립자인 레온 쿠퍼맨은 "워렌 버핏은 저점에 사서, 고점에 팔아 돈을 벌었다"며 하지만 "기계들은 (시장이) 강력할 때 사서 약할 때 팔아, 움직임을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올해 2월에도 이번 급락 사태와 비슷했다. 당시에도 국채 금리가 오르자 증시 폭락세가 이어졌고, 시장 참가자들은 폭락 배후로 CTA(상품투자자문)과 추세 추종, 리스크 패리티 등 알고리즘 활용 투자 펀드를 지목했다.
위딘앤드코의 마이클 퍼브스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최근 시장 움직임은 룰에 기반하고, 변동성을 대표로하는 투자 전략 펀드들이 장기 국채 금리 급등에 연계돼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거대한 코끼리들의 움직임은 격렬함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티시스인 베스트먼트 매니저스의 대이비드 래퍼티 수석 시장 전략가는 동시에 매도하기 때문에 하락폭을 더 크게 만든다며 모두가 그렇게 하면, 그것을 피하고자 문제를 또 만들어 낸다고 설명했다.
롱테일알파 비니어 반살리 최고 투자 책임자(CIO)와 USC마샬경영대학원의 로렌스 해리스 교수의 2017년 논문에 따르면 리스크 패리티와 변동성 타깃팅, 추세 추종 등 리스크 대응 전략 펀드의 총 운용 자산은 약 1조5000억달러다.
이들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것은 리스크 패리티 펀드다. 주식과 원자재, 채권 등을 적절한 비율로 섞어 한쪽의 손실을 다른 쪽에서 만회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이 좋든, 나쁘든 안정적 수익을 올려 큰 인기를 끌었다. 브릿지워터가 이 전략을 쓰는 대표적인 헤지펀드다.
하지만 브릿지워터의 밥 프린스 공동 CIO는 "리스크 패리티는 어제 시장 움직임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우리는 기업 순이익 성장세가 실망스러워질 지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사람들이 눈치를 채기 시작하니 스마트머니가 빠져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신들의 펀드는 가격이 하락한 자산들을 사들여 추세에 반하는 거래 한다고 덧붙였다.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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