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1주 전만 해도 사상 처음으로 2만7000선 돌파를 눈앞에 뒀지만, 이제 무서울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다우지수는 10일 832포인트(3.2%) 급락했다. 특히 기술주들이 큰 타격을 받아 나스닥지수는 4% 내리며 2016년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최후의 보루 아마존마저 6% 빠졌다.
미 증시의 갑작스런 폭락은 대부분 국채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간단히 보자면, 미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자 증시가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복잡하게 보자면, 금리 인상에 따른 다양한 여파가 증시에 복합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지수 1개월 추이 [자료=블룸버그 통신] |
▲ 미 금리 인상
지난 10년 간 월가는 값 싼 자본에 중독된 상태였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낮은 금리 덕분에 투자자들은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 주식에 대거 투자할 수 있었다. 금리가 낮아 자본조달 비용이 줄어들면 기업 순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러한 추세가 반전되고 있으며, 그 이유는 공교롭게도 매우 긍정적이다. 미국 경제가 매우 강력한 추세를 유지하고 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인플레이션 급등과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것이다.
연준이 경기부양을 위해 제로 금리를 고수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상황이다. 연준은 2015년 말 이후 총 8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했으며, 4조5000억달러(약 5141조2500억원)의 대차대조표도 축소하기 시작했다.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상승 전망에 채권시장에서 발을 빼 국채 가격이 낮아져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상승한다.
지난 10일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7년 만에 처음으로 3.24%를 찍었다. 8월 말의 2.85%와 비교하면 급등한 수준이다.
▲ 연준 긴축 고수
가파른 통화정책 긴축 후에는 으레 증시가 급락한다. 수익률 측면에서 채권의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수익률이 급등한 지금 미 국채는 최고로 안전한 자산이면서도 두둑한 수익을 보장하는 투자처다. 이와 비교하면 기술주에 투자하는 것은 도박이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 넷플릭스, 트위터 등 대형 기술주들이 10일 줄줄이 급락했다.
또한 미 경제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해 연준이 인플레이션 급등을 막기 위해 더욱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증시 급락에 한 몫 했다. 지난주에 발표된 미국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9월 실업률이 49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으며 임금도 마침내 상승 조짐을 보여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을 뒷받침했다.
지난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가 정상 수준으로 가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고 말해 긴축 행보를 유지할 것을 시사했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나치게 빠른 긴축 속도에 불만을 터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미쳤다”고까지 말했다.
▲ 부채와 무역전쟁 우려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과 자동차 등 미국 일부 시장에서는 이미 악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는 또다른 이유는 미국 연방정부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 규모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연방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및 지출확대 정책으로 빚이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 기업들의 순익이 강력하다는 점이다. 지난 3분기 S&P500 상장기업들의 순익은 20% 증가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력한 기업 순익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 완화해줄 수 있다. 올해 초에 국채 수익률 급등에도 증시가 크게 흔들리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감세 효과가 사라져 기업 순익 증가세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조달 비용 증가, 임금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기업 순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으로 기업신뢰도가 악화돼 투자가 미뤄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무역전쟁을 이유로 꼽으며 내년 미국과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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