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례 회의를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에 모인 미국과 중국 경제 수장들이 무역전쟁 와중에 국제무대에서 자기 편을 만들기 위해 발 빠르게 뛰어다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과 지식재산 강탈을 막기 위해 관세는 치러야 할 비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한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이 세계화와 기존 무역질서의 수호자라고 역설하고 있다. 중국 고위 관료들은 중국 경제의 점진적 개방을 약속하면서 기존 무역질서의 붕괴에 따른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중산(鐘山) 중국 상무부장은 지난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과거 외세의 괴롭힘을 이겨낸 것처럼 미국의 압력에도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이강(易綱) 중국 인민은행 총재와 만난 후 트위터에서는 “중요한 경제 문제를 논의했다”고만 전했으나, 이후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최근 위안화 절하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중국이 경쟁적 절하에 나서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국 간 외교적 돌파구가 마련되기 전까지 중국과 미국은 각기 자기 편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현재로서는 표면적으로 중국이 우세해 보인다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캐나다 온타리오 소재 국제거버넌스혁신센터의 토마스 베른 연구원은 “미국은 주요20개국(G20) 내에서 중국 따돌리기에 실패하고 있다. 미국은 신뢰를 잃었고 주요 무역 파트너국들을 괴롭혔다”고 말했다.
이어 “역설적이게도 상당수 국가들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우려에 동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무역정책이 이들을 밀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유럽에도 경제 개방을 약속하며 손을 내밀었고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유라시아 국가들에게도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내민 손은 현재 무색해진 상태다. 지난 7월 체칠리아 말름스트롬 유럽연합(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중국 측관 만난 자리에서 “시장을 개방하고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싸우겠다는 중국의 굳은 약속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이러한 고무적인 약속이 실질적 행동으로 나타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세계화와 상호의존적 다자주의가 세계의 방향이 되기를 바란다”면서도 “EU는 열려 있지만 순진하지는 않다”고 경계심을 내비쳤다.
한편 미국은 자유시장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전통적 연합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EU·일본 무역 수장들은 비시장 정책들이 근로자와 기업들을 해치고 있으며 세계무역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중국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국유기업들과 산업 보조금의 시장 왜곡 영향을 막기 위한 새로운 규정에 대해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영국 런던 소재 유라이존SLJ캐피탈의 스테판 젠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은 무역 부문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 하고 있다”며 “유럽이 점차 미국 편이 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제기하는 무역 문제들은 유럽도 내심 거슬려하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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