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발자들과 안면인식프로그램 개발…악성코드 담겨
경찰, 2018년 8월 조사…영장신청 과정서 증거조작 논란도
김 씨 측 “남북 평화 시대에 아주 중요한 재판 될 것”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북한이 개발한 얼굴인식 프로그램을 국내 유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지역대학총학생회연합(서총련) 간부 출신 대북사업가 김모(46) 씨가 8일 첫 재판에서 “안보를 빙자한 마녀사냥”이라며 검찰을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김학선 기자 yooksa@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국가보안법상 자진지원·금품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씨와 이모(44) 씨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김 씨는 자필로 준비한 A4용지 세 장 분량의 의견서를 통해 검찰을 비판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 씨는 “2003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중국법인을 경유하는 제3자 무역 형태로 대북사업을 진행해왔다”며 “이 사건은 2013년 내사가 완료된 사건인데 2018년도에 군사기밀 자진지원이라는 명목으로 구속돼 하루아침에 생계가 끊기고 사랑하는 가족과 단절되는 억울한 상황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김 씨는 “검찰은 프로그램 하청비용으로 지급된 개발비가 대남공작사업 등의 통치자금으로 사용돼 대한민국의 존립이나 안전을 위협했다고 한다”며 “그렇다면 개성공단에서 지급된 임금과 향후 재개될 금강산관광, 서해경제공동특구,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으로 지급될 비용은 무엇인가. 이들 역시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태롭게 했다는 동일한 기준으로 기소·처벌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 측 변호인도 “남북이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 나아가는 시점에서 아주 중요한 재판이 될 것”이라며 “국보법이 소멸하고 시대착오적 극우공안의 시각이 우리사회에서 퇴장하는 시대를 온몸으로 증명하며 무죄를 당당히 입증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이에 대해 “이 사건은 이념형 사건이 아니라 피고인들이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국가 안전을 도외시한 실정법으로서의 국보법 위반 사건”이라며 “피고인들은 사이버테러에 대한 위험성을 충분히 알았지만 아무 검증 없이 북한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납품·설치했고 그 과정에 자체개발한 것처럼 거래업체를 기망하기도 했다”고 항변했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지난 8월 9일 국보법 위반 혐의로 김 씨를 체포해 조사를 벌였다. 김 씨는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북한 기술자들과 안면인식 프로그램 등 IT프로그램을 개발해 국내 업체에 납품하면서 자체 개발 프로그램인 것처럼 속인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에 전산망을 마비시킬 수 있는 악성코드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 씨는 2013년 해당 프로그램을 군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씨 측은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 과정에서 “이번 사건과 관계없는 문자메시지를 마치 암호처럼 꾸며 증거를 조작했다”며 사건을 수사한 서울경찰청 보안수사 3대 2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30일 오전11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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