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영토 분쟁으로 항시 긴장감이 감도는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 군함이 충돌을 가까스로 피하는 사건이 발생해, 무역전쟁으로 관계가 냉각된 양국이 안보·군사 측면에서도 서로에게 상당히 예민해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했다.
미국 CNN은 ‘항행의 자유’ 작전의 일환으로 미 해군 구축함 디케이터함이 지난 9월 30일(현지시간)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의 게이븐 암초(중국명 난쉰자오<南薰礁>) 인근 해역을 항해하던 도중 중국 군함이 45야드(40m)까지 접근했다고 보도했다.
찰스 브라운 미 태평양함대 대변인은 “중국의 뤼양(旅洋)급 구축함 한 척이 남중국해 게이븐 암초 인근에서 전문가답지 못한 위험한 기동으로 디케이터함에 접근해, 디케이터함에게 그 해역을 벗어나라며 점차 위협적인 기동을 펼쳤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군함이 45야드까지 접근해 디케이터함이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기동을 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브라운 대변인은 “우리 군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이면 어디서든 비행, 항행, 작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칼 슈스터 전직 미 해군 대령은 CNN에 “이렇게 가까이 접근하면 함장은 불과 수초 안에 진로 변경을 해야 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다른 선박이 1000야드 이내에만 접근해도 함장들은 매우 신경이 곤두선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첸(吳謙)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2일 “미국은 남사 군도와 남중국해 인근 해역으로 계속해서 군함을 보내, 중국의 자주권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중국군은 방어 의무를 엄밀히 수행할 것이며 중국의 자주권과 지역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군함이 자유의 항행 작전을 수행할 때 중국 군함들이 따라 붙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대체로 이러한 조우는 크게 위험한 상황으로 비화되지 않았다.
슈스터는 지난해 싱가포르 믈라카 해협에서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과 상선이 충돌해 미 해군 16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후 중국이 미 군함에 대해 더욱 공격적인 대응 정책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해군 전문가들은 이 사건으로 중국 해군이 미 해군의 기동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됐고 미 해군 함장들을 위협해도 된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남중국해에서 '자유의 항행' 작전을 수행 중인 미 해군 구축함 디케이터함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번 사건은 남중국해뿐 아니라 무역과 대만 등 다양한 사안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발생해 더욱 주목된다.
CNN뿐 아니라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다른 미국 언론들도 ‘남중국해에서 중국 군함이 미 구축함을 거의 들이받을 뻔했다’ 및 ‘중국 군함이 미 군함 위협’ 등 다소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달아 이번 사건을 일제히 보도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관계 냉각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는 신호가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 21일 미국 정부는 러시아로부터 방공시스템을 구매했다는 이유로 중국군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고, 이에 반발해 중국은 해군사령관의 방미 계획과 미중 외교안보대화를 취소했다.
또한 중국은 미국이 대만에 무기 판매를 다시 승인한 데 반발해 미 항공모함의 홍콩 입항을 불허했다. 미국은 그간 항공모함을 포함한 미 군함이 홍콩에 기항해 온 관례를 따라 내달 항공모함급 강습상륙함 와스프의 홍콩 기항을 요청했으나 중국 당국이 이를 거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더 이상 자신의 친구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해 정상 간 개인적 관계마저 냉각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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