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이탈리아의 예산안 발표에 금융시장이 ‘발작’을 일으켰다.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급등했고, 은행권 주가가 하한가로 추락한 가운데 디폴트 헤지를 위한 신용부도스왑(CDS)이 가파르게 치솟았다.
이탈리아 로마 캄피돌리오 광장에서 보이는 유럽연합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유로화는 전날에 이어 하락 압박을 받았다. 이탈리아 사태가 유럽 대륙 전반으로 전염될 조짐이 아직 뚜렷하지 않지만 2011~2012년 유로존 부채위기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경고가 번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각)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36bp(1bp=0.01%포인트) 급등하며 3.25%에 거래됐고, 5년물 CDS도 33bp 치솟았다.
이에 따라 국채 수익률은 지난 5월 오성운동과 북부동맹이 연정을 구성하며 이른바 ‘이탈렉시트(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 리스크가 점화됐던 당시 수준으로 올랐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0.25% 하락, 유로/달러가 장중 1.1625달러에 거래됐다. 투자자들 사이에 환율이 1.16달러 선을 뚫고 내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탈리아 증시의 FTSE MIB 지수는 장중 4% 이상 급락한 뒤 낙폭을 3.7%로 좁히며 2만711.70에 거래됐지만 2년래 최대 하락을 나타냈다.
시장 혼란은 이탈리아 정부가 발표한 예산안을 도화선으로 촉발됐다. 포퓰리즘 연립 정부는 향후 3년간 재정적자 목표를 2.4%로 하는 합의, 이를 근간으로 한 예산안을 내놓았다.
이는 EU 측이 제시한 GDP 대비 재정적자 규정인 3.0%를 밑도는 것이지만 그리스에 이어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 부채 규모 2위인 이탈리아의 재정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EU 측은 이탈리아의 이번 예산안이 무당횡단 행위와 같은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결정에 따라 시장 혼란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일부 투자자들은 7년 전 부채위기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앞으로 1개월 사이 이탈리아의 예산안에 대한 의견을 반영한 평가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신용평가사는 이탈리아에 정크등급보다 두 단계 높은 신용등급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번에 제시한 재정 목표치로 인해 강등 리스크가 높아졌다는 것이 월가의 판단이다.
시카고 대학의 부스 경영대학원 루지 징게일스 교수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이탈리아는 지난 2011년과 흡사한 위기 상황을 맞았다”며 “지난 7년간 유로존 차원에서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재정 리스크로 인해 이탈리아 국채 스프레드와 CDS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경우 은행권과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가파르게 치솟게 된다.
앞서 골드만 삭스는 위기 상황에 이탈리아 은행 자산에 투자 수요가 몰리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정치권 리스크와 규제 강화로 인해 과거와 같은 유동성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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