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이른바 ‘하우스 푸어’는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고용시장이 훈풍을 내는 한편 임금 상승률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에 달했지만 거주하는 주택을 담보로 빚을 내 간신히 전기세를 내고 먹거리를 구입하는 이들이 수백만에 이르는 실정이다.
매물로 나온 미국 주택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른바 홈에퀴티론이 부실화되면 또 한 차례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꼬리를 물고 있다.
19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GfK에 따르면 자가 주택을 보유한 이들 3명 가운데 1명은 연 수입이 3만달러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 소득 7만5000달러 이상인 가구에 비해 세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빠듯한 수입으로 눈덩이 주택 대출의 원리금을 갚고, 각종 공과금과 생필품 구입까지 계산기를 두드려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하우스 푸어들의 얘기다.
이 때문에 수 백만에 이르는 미국 가구가 명품 쇼핑이나 여행은 차치하고 전기세와 난방비 등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자금을 빚에 의존하고 있다.
미래를 위한 저축이나 갑작스러운 질병 및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의 통장을 갖기란 엄두도 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금융 리서치 업체 뱅크레이트에 따르면 미국인 4명 가운데 1명은 저축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가 주택을 소유한 이들 4명 가운데 3명은 자녀 학자금과 대출금 상환을 위해 홈에퀴티 론을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결과는 가계 빚 급증으로 이어졌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미국 가계 빚은 전년 동기에 비해 3.5% 증가한 13조3000억달러에 달했다.
홈에퀴티 론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자 비용 역시 치솟는 모습이다. 뱅크레이트에 따르면 관련 대출의 금리는 6%를 상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미국 주책 보유율이 50년래 최저치로 내려앉은 상황을 감안할 때 가계 재정을 둘러싼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뱅크레이트의 그렉 맥브라이드 애너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정상적인 가정이라면 정기적인 수입으로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지만 현재 미국 사회는 홈에퀴티론을 생명줄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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