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지역금융 활성화 기여도 평가 연내 추진
"대출 의무비율은 건전성 저해…자발적 참여 이끌어야"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지역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미국식 지역재투자법을 연내 도입한다. 금융사의 지역 대출이나 인프라 확대 등을 평가해 인센티브를 주는 게 골자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지역 대출에 의무비율을 부과할 경우 건전성 악화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은 19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회사의 지역 투자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금융위는 미국의 지역재투자법(CRA)을 토대로 금융사의 지역금융 활성화를 정성 평가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CRA는 특정 지역에서 영업하는 상업은행과 저축은행, 저축대부조합이 해당 지역 저소득층·소수민족·중소기업 등에 적극 대출할 것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감독 기관이 해당 지역 대출과 투자, 금융 서비스를 평가해 등급을 매기고 이를 향후 인허가 심사나 세금 혜택, 중소기업 대출 보증 지원 등 인센티브에 반영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연구원은 19일 은행회관에서 '금융회사의 지역투자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최유리 기자] |
금융권에선 지역금융 활성화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의무 대출 비율을 부과하는 방식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김생빈 저축은행중앙회 부장은 "자칫 의무 준수를 위해 밀어내기식 자금 공급으로 금융사의 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지방 경제 침체 등으로 지역 내에 여신을 활발히 공급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률 KB국민은행 부장은 "이미 모든 지역에 동일한 규정과 지침을 갖고 여신을 취급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역차별 가능성이 있다"며 "지역별로 규제를 통해 대출을 할당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도 의무비율 방식을 강행하지는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적정한 의무비율을 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상환 능력을 넘어선 대출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최치연 금융위원회 은행과 서기관은 "지역투자정보를 평가해 공시하고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효율적인 자원 배분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고려해서 시행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평가대상으로 예금수취기관인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을 검토 중이다. 지방 내 저소득자 및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확대 노력, 점포·자동화기기 등 금융인프라 개선 등을 평가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유력하다.
최 서기관은 "올해 내에 기본적인 제도 방향을 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시장질서를 훼손하지 않도록 자발적인 지역투자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