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질병, 심리적 요인 때문일 수도"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미국과 쿠바의 정부 관리자와 의료 전문가가 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 국무부에서 2016년 쿠바 아바나 주재의 미국 대사관에서 발생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괴질 사태를 논의했다고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 국민이 경험한 일부 의학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쿠바 정부 측과 회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회의에는 쿠바 정부 측 인사들뿐만 아니라 사안에 정통한 전문가와 의료인들도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국무부가 아직 괴질환의 배후와 원인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덧붙였으며, 쿠바 측과의 회의 내용에 관해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워싱턴DC 주재 쿠바 대사관에서 '괴질 사태'와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쿠바 외교부 관계자 [사진=로이터 뉴스핌] |
반면 회의에 참석했던 쿠바 측 대표단은 13일 저녁 국무부 관계자와 만남이 끝난 후 기자회견을 통해 쿠바 주재의 미국 외교관들이 지난 2년간 원인을 알 수 없는 공격의 타깃이 됐다는 미국의 주장을 비난하고 나섰다. 쿠바 정부는 사건 발생 직후에도 배후설을 부인한 바 있다.
앞서 지난 2016년 아바나 주재의 미국 대사관 직원 중 최소 26명이 알 수 없는 '괴상한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대사관 직원들이 청력 상실과 이명, 현기증, 두통, 피로, 가벼운 뇌 손상 등을 겪은 것으로 보고됐다. 사건이 발생 초기에 미 국무부는 이를 두고 쿠바의 음파 공격 혹은 건강 공격이라고 규정한 뒤 비난했다.
이날 쿠바 측 의사들은 사태를 검토한 결과 피해자 중 오직 3명만이 가볍거나 중간 정도의 청력 상실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는 이들이 기존에 이미 갖고 있던 질병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몇몇 미국인이 질병을 앓았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히면서도 질병이 심리적인 요인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쿠바의 신경 과학 센터의 미첼 소사 국장은 "심리적인 원인을 무시할 수 없다. 외교관 직원들은 해외에서 머물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같은 괴질이 발생한 곳은 쿠바뿐만이 아니다. 지난 6월 중국 광저우(廣州) 주재 미 영사관에서도 직원들이 유사한 증세를 보여 국무부는 건강 이상을 호소한 대사관 직원들을 자국으로 송환했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