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영매체, 미국은 국론 분열, 중국은 일치단결
장기전 대비해야. 단기적 협상 성과 기대 안해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미국이 무역협상을 제안한데 대해 중국은 환영의 뜻을 보이면서도 ‘서두를 필요 없다’며 짐짓 어깃장을 부리는 모습이다. 손해보는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섣부른 양보보다는 다소 피해를 입더라도 장기전을 택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 상무부는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의 무역협상 제안을 받았으며 이를 환영한다. 관련 세부 계획을 논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무역분쟁이 서로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JP모건은 미국이 추가 관세 부과에 나설 경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고, 중국 사회과학원 역시 내년도 성장률이 6.3%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역협상 재개 가능성이 전해지자 상하이지수는 4거래일 만에 1%대 반등에 성공했고, 미국과 글로벌 주요 증시 역시 일제히 상승했다.
[캡쳐=바이두] |
중국 주요 매체와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성과를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며 신중론을 강조하고 나섰다. 원칙을 지키면서 협상하되 미국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는 내용이다.
관영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3일 사설에서 미국이 협상을 제안한 이유로 ▲11월 중간선거 대비 ▲국내 불안감 해소 ▲경기부양을 꼽았다. 협상 결과에 상관없이 트럼프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무역전쟁 반대 여론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신문은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25% 고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중국은 충분히 버틸 수 있다”며 “미국의 위협은 중국 굴기(掘起)에서 피할 수 없는 장애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론이 분열되고 있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일치단결된 힘을 보여줄 것”이라며 “중국 대표단은 협상 타결을 위해 조급해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왕융(王勇) 베이징대학교 교수는 미국이 강압적인 자세로 협상을 시도할 경우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며 ‘윈윈’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역전쟁으로 증시가 급락하는 등 중국 경제의 피해가 크지만, 중국만큼 미국도 힘들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산업정책 등 기본 원칙에서 중국은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전쟁은 지구전이 될 수밖에 없으며, 단기 협상 성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위먀오제(余渺傑) 베이징대학교 국가발전연구원 부원장은 “무역전쟁은 결국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사회·경제적 자원을 소모하면서 버티는 싸움”이라며 “대(對)미 수출액이 제로(0)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브릭스 등 신흥국으로 수출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찬룽(金燦榮) 런민대학교 교수는 “2000억달러에서 다시 2670억달러의 고관세 부과를 언급하던 트럼프가 갑자기 대화를 재개하자고 밝혔다”며 “마치 호랑이에 올라타 어쩔 줄 모르는 모습과 같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먼저 대화를 시도한 뒤 ‘협상이 잘 되지 않았다’는 핑계로 중국에 대한 압력을 지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시장은 상승하고 있지만, 그들(중국)의 시장은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