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수립 70주년...예상과 달리 軍 장성급 인사 규모 줄여
홍민 "승진 최소화 매우 이례적, 비핵화 분위기 조성 차원"
[서울=뉴스핌] 하수영 수습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권 창립 70주년인 9·9절을 맞아 군 장성급 인사 40여명을 승진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8일 육군 중장 5명, 해군 소장 4명, 육군 소장 30명, 북한 인민보안성 산하 조선인민내무군 소장 7명 등 모두 46명의 승진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거의 빼놓지 않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때 군 장성 승진인사를 단행해왔다. 이 같은 승진 인사는 북한군의 건재함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선군정치의 기치를 알리기 위한 것이다.
일부 대북 전문가들은 "한반도 비핵화나 종전선언이 거론되고 있는 현재 분위기를 의식한 김 위원장의 조치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종전선언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9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정권 수립(9.9절) 7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서 북한군의 자주포가 행사장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 로이터=뉴스핌]2018.09.09. |
◆ 홍민 “김정은, 비핵화·종전선언 구도 관리하는 차원”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9·9절이라는 시기에 인사를 단행했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 규모라고 할 만큼 적은 규모였다는 점, 그리고 가장 높은 승진 계급이 ‘별 2개(중장급)’에 그친다는 점이 과거 인사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홍 실장은 “보통 북한에선 50주년, 60주년과 같이 10년 주기의 기념일 때는 ‘별잔치’라고 할 만큼 수백 명 규모까지 인사를 한 적도 있다”며 “이는 선군정치 기조에 맞게 사기를 북돋아주기 위함인데, 이번에는 70주년인데도 왜소하다고 할 만큼 규모가 작다”고 분석했다.
홍 실장은 이어 “(승진한 사람들을 보면) 가장 높은 계급이 '투스타(별 2개, 준장)' 5명에 불과하다”며 “북한 군부는 보통 이런 계기(70주년)를 통해 대규모 승진을 시키고 사기를 충천하게 했는데, 그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 승진 인사는 아주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홍 실장은 또 “(김 위원장은) 열병식에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도 등장시키지 않고 비핵화 분위기를 만들어가려고 하는데, 그 와중에 장성급 인사 수백명을 승진시키면 외부에서 ‘군비 통제하자 그러더니 별잔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런 부분에서 현 국면에 맞게 김 위원장이 승진을 최소화하고 비핵화와 종전선언 구도를 잘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9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정권 수립(9.9절) 7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서 북한군이 행사장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 [로이터=뉴스핌] 2018.09.09. |
◆ 北, '핵 보유국' 헌법에 명시…남성욱 “실질적 비핵화 조치 후에 종전선언 언급해야”
북한의 군 인사 조치가 이례적이고 한반도 비핵화 국면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정반대의 시각도 있다.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종전선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김 위원장의 북한군 인사 조치에 대해 "단순한 군 통솔 용도"라고 일축했다.
남 교수는 “북한 내부 군 인사 문제를 종전선언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너무 북한을 과도하게 이해하려는 논리”라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종전선언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북한 헌법 개정과 같은 실질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김정은이 집권한 직후인 2012년, 사회주의헌법 서문을 수정·보충해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명시했다. 이런 부분을 수정하는 조치가 있어야 종전선언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미국이 갖고 있는 자료와 북한이 실제 신고하는 핵 보유량이 달라서 신뢰가 떨어져 있는 상태”라며 “그런 것을 솔직하게 오픈(신고)하고 (헌법에 있는) ‘핵 보유국’ 부분을 바꾸면 그 때는 종전선언을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