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신흥국의 위기 확산에 기업과 정부의 달러화 표시 채권 발행이 급감했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해당 지역의 부채가 눈덩이로 불어난 가운데 만기 상환과 차환 발행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페소화 가치를 확인하는 아르헨티나의 한 남성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일(현지시각) 회계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여름 신흥국 기업이 해외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이 280억달러로 파악됐다.
이는 대부분 달러화 표시 채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 이상 급감했다. 신흥국 정부의 채권 발행액도 같은 기간 40% 줄어들었다. 지난해 해당 국가의 채권 발행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에 따라 6~8월을 기준으로 신흥국의 달러화 표시 채권 발행은 이른바 테이퍼(자산 매입 축소) 발작이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2013년 실적을 밑돌았다.
아르헨티나와 터키에서 촉발된 신흥국 통화 급락이 러시아와 인도, 브라질 등 주요국으로 확산된 데다 미국 달러화와 금리 상승이 발행 시장 여건을 크게 악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상당수의 기업과 정부가 채권 신규 발행 계획을 철회하거나 보류한 상황이다.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를 예상한 투자자들이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한 데 따른 결과다.
이번주 파푸아 뉴기니의 채권 발행 실적이 신흥국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올 연말까지 신흥국 채권 발행이 부진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8월 고용 지표 발표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의 올해 네 차례 금리인상 기대가 고개를 든 데다 신흥국의 혼란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어 ‘리스크-오프’ 움직임의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씨티그룹의 사마드 시로히 신흥국 채권시장 헤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지난해와 달리 발행 실적이 연말까지 부진할 것”이라며 “최근 4개월의 발행 급감은 시장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인도네시아의 부동산 개발업체 인틸랜드 디밸롭먼트는 2억5000만달러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비우호적인 시장 여건을 이유로 이를 철회했다.
시노펙으로 알려진 중국석유화학공사는 회사채 발행을 통해 3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발행액은 24억달러에 그쳤다. 발행 금리가 가파르게 뛴 데 따른 결과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발행 악화가 기존 부채의 디폴트 리스크를 높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딜로직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에서만 올해 만기 도래하는 채권 규모가 380억달러에 이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신흥국 달러화 표시 채권의 수익률은 4.5%에서 6.0%로 뛰었다. 또 해당 채권은 연초 이후 3.7%의 손실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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