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중국 멕시코 브라질 등 꼬리무는 '넥스트 터키'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신흥국 위기 상황의 ‘전염’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터키에 국한된 것으로 여겨졌던 혼란이 이머징마켓 전반으로 확산, 지구촌 경제를 침체로 몰아갈 것이라는 경고다.
극심한 불경기 속에 시위가 끊이지 않는 아르헨티나 [사진=로이터 뉴스핌] |
주요 신흥국 곳곳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남아공이 경기 침체에 빠졌고, 신용등급이 강등될 여지가 높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로 밀렸고, 그 밖에 루블화와 루피화 등 주요 통화가 일제히 하강 기류를 타고 있다.
통화 가치 폭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급등은 터키와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에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아직 최악의 상황이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월가의 진단이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윌리엄 잭슨 이코노미스트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러시아, 남아공으로 확산되는 채권 금리 상승이 경제 펀더멘털을 강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요국의 잠재 리스크가 꼬리를 물고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터키의 부채 위기 가능성은 날로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에 이어 유럽 주요국이 자금줄을 동결한 데 따른 충격이 터키의 숨통을 조이고 있고,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직 금융시장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브라질 역시 투자자들의 긴장감을 부추기고 있다. 10월 총선을 앞두고 투자자들은 중립적인 성향의 후보가 아닌 극단적인 성향을 지닌 후보들이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 경우 투자자들이 브라질 자산시장에서 일제히 ‘탈출’을 강행, 가뜩이나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신흥국 혼란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도 경계의 대상으로 부상했다. 미국의 대규모 관세에 따른 부작용으로 중국의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열려 있고, 이 경우 위안화가 두 자릿수의 급락을 연출할 전망이다.
위안화 폭락은 앞서 목격한 것처럼 신흥국 통화 전반에 연쇄적인 하강 기류를 일으켜 펀더멘털이 취약한 국가를 중심으로 이머징마켓을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
인도와 멕시코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시장으로 꼽히고 있지만 실상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은 투자 보고서를 내고 멕시코 페소화가 그 밖에 신흥국 통화와 탈동조하기는 어렵고, 동반 하락이 재개될 경우 인플레이션 급등과 함께 중앙은행에 금리인상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TS 롬바드의 래리 브레이너드 이머징마켓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일(현지시각) 미국 투자 매체 배런스와 인터뷰에서 “신흥국이 퍼펙트 스톰을 맞았다”며 “저가 매수를 저울질하는 투자자라면 성급한 베팅을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블룸버그는 9월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0여년 전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과 같은 고민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지구촌 경제와 자산시장이 일제히 가라앉는 상황에 미국이 ‘나홀로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쉽지 않은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얘기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