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상가 임대합니다.'
뉴욕 맨해튼 거리에 영업 매장의 새 주인을 찾는 임대 광고가 즐비하다. 할렘부터 명품 쇼핑가인 소호까지 예외가 없다.
2분기 미국 경제가 4.2%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했고, 금융과 관광을 중심으로 뉴욕의 비즈니스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경기 침체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미국 맨해튼 스카이라인[사진=로이터 뉴스핌] |
7일(현지시각) 맨해튼 소재 부동산 업체인 더글러스 엘리먼 리얼 에스테이트에 따르면 맨해튼의 소매 영업점 가운데 텅 빈 매장이 2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영업을 접는 세입자들이 속출하는 한편 온라인 쇼핑 업체의 시장 지배력 강화에서 초래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빈 가게의 주변에는 예외 없이 노숙자와 마약 및 알코올 중독자, 볼썽 사나운 낙서와 쓰레기 더미가 뒤섞여 도시의 외관을 해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패션과 문화, 금융의 상징격인 뉴욕 고유의 색깔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더글러스 엘리먼의 페이스 호프 콘솔로 소매 리스 헤드는 뉴욕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거리를 걷다 보면 맨해튼뿐 아니라 브루클린과 그밖에 주요 지역의 곳곳에서 빈 상점을 볼 수 있다”며 “지난 25년간 부동산 비즈니스를 하면서 이번과 같은 난관을 맞은 일이 없었다”고 전했다.
관광과 뮤지컬, 쇼핑 명소인 브로드웨이와 인접한 맨해튼 8가 42~43번지는 최근까지만 해도 소매 업자들의 ‘드림’이었지만 문을 연 영업점은 약국 체인 대기업 듀웨인 리드가 전부다.
태국 음식점부터 기념품 가게까지 거리를 채우고 있던 매장이 모두 문을 닫았고, 폐점한 성인 극장에는 아직도 ‘성인 25센트 무비’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길거리에는 마리화나와 술병을 들고 행인들에게 욕설을 짓거리는 이들이 넘쳐나면서 과거 1970년대 슬럼가를 연상시키고 있다.
예술가들의 거리로 널리 알려진 커널 스트리트도 마찬가지. 1980년대부터 이 지역에서 소매업을 운영해 온 한 상인은 한 때 노른자위였던 상권이 몰락했다고 말했다.
할렘의 노점상 모리 블라이든은 NYT와 인터뷰에서 “한 블록 내에 빈 상점을 세려면 열 손 가락이 모자란다”고 전했다.
구찌와 샤넬 등 고가 명품 쇼핑 거리로 유명한 메디슨가 역시 철문을 내린 매장이 상당수다.
맨해튼 상가 공실률은 2016년 약 7%에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추세다. 고층 건물을 신축하는 건설업자들은 밤잠을 설친다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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