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과열 우려..세운상가·장안평·독산우시장 탈락
정부 집값 잡기 혈안..대규모 개발 개획 잇달아 좌초
[세종=뉴스핌] 서영욱 기자 = 세운상가와 장안평 중고차매매단지, 독산 우시장 재생사업 같은 서울지역 도시재생뉴딜 사업 후보지들이 선정에 탈락하면서 국비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면 서울의 대규모 개발사업이 잇달아 좌초하고 있는 것. 최근 용산‧여의도 통개발이 입안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뜻에 따라 연기한데 이어 입지나 규모에서 관심이 높은 도시재생뉴딜사업까지 암초를 만났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열린 도시재생특별위원회에서 서울 공공기관 제안형 사업인 종로구 세운상가(메이커시티)와 동대문구 장안평 중고차매매단지(모빌리티시티), 금천구 독산 우시장이 도시재생뉴딜 사업지 선정에 최종 탈락했다.
대신 주거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춘 소규모 재생사업 7곳이 선정됐다. 중랑구 묵2동을 비롯해 △서대문구 천연동 △강북구 수유1동 △은평구 불광2동 △관악구 난곡동 △동대문구 제기동 △금천구 독산1동이다.
장안평 '어제의 자동차에서 내일의 모빌리티로' 사업계획도 [자료=국토부] |
지난 27일 종로구와 동대문구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부동산시장 과열을 우려한 조치다. 금천구의 경우 투기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주변 주택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대규모 사업이라는 점에서 사업지 지정이 취소됐다.
도시재생특위 관계자는 "이번 뉴딜사업에 포함된 서울시의 경우 일부 지역이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되면서 부동산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어 중‧대규모 사업은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급작스러운 투기지역 지정이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와 동대문구, 중구, 동작구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했다. 종로구와 동대문구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세운 메이커시티', '장안평 모빌리티시티'사업을 도시재생뉴딜 사업지로 선정하기에는 부담이 따랐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이탁 국토부 도시재생사업기획단장은 "공공기관 제안형 사업지 주변이 모두 주택가 밀집지역으로 대규모 개발이 추진된다면 주변 집값에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동대문구의 경우 해당 구가 추천한 제기동 우리동네살리기 사업은 추진한다.
김이탁 단장은 "집값 상승 우려가 있지만 주거환경개선 차원에서 도시재생 사업은 추진되어야 한다"며 "투기지역이라도 동별로 집값 변동을 모니터링하고 있어 상승률이 높지 않은 지역은 소규모 재상사업은 추진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연일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난 21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집값 급등 지역의 공시가격 인상을 인상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26일 박원순 서울시장 용산‧여의도 통합개발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했다.
곧이어 국토부는 27일 서울 동작·동대문·종로·중구 4곳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했고 28일 금융당국은 전세‧임대사업자의 대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30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종부세 인상 카드까지 꺼내며 집값 잡기에 혈안이 돼 있다.
서울시 내 대형 도시재생뉴딜 사업지를 지정하지 않은 이유도 이같은 조치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도시재생특위에서 "도시재생뉴딜사업이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며 "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이 생겨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천년도심 메이커시티 완성, 세운 사업계획도 [자료=국토부] |
앞서 국토부는 부동산시장 영향을 고려해 도시재생뉴딜 사업지를 선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서울시도 지난달 사업지 선정 기준을 밝히며 서울 평균 집값 상승률 보다 낮은 12개구(노원‧도봉‧금천‧강북‧중랑‧은평‧관악‧동대문‧종로‧구로‧서대문‧강서)를 대상으로 사업지를 모집했다.
특히 공공기관이 추천한 사업지가 도시재생뉴딜사업지로 선정되면 국비 투입과 민간자본 유치로 대규모 개발 사업이 가능해진다.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는 방침으로 부동산시장의 관심 또한 높았다.
국토부는 후보지 평가를 거쳐 금천구 독산 우시장과 종로구 세운상가, 동대문구 장안평 중고차매매단지를 최종 후보지로 제안한 바 있다. 독산 우시장은 옛 도축거리를 식도락 특화거리로, '세운 메이커시티'는 제조업과 문화산업이 어우러진 산업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장안평 모빌리티시티'는 자동차 산업의 허브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