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0일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공개변론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주장하는 '정당한 사유'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법정에서 첨예한 의견 대립이 벌어졌다.
30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관 13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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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에서는 병역법과 예비군법에 각각 명시된 '정당한 사유'가 양심이나 종교에 따른 병역거부를 포함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병역법 제88조 1항에는 '입영의 통지를 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하지 아니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예비군법 제15조 9항도 같은 취지의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피고인 측 변호인단으로 참석한 오두진·이창화 변호사는 해당 쟁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가 규정되지 않는다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며 "헌법적 가치를 조화롭게 고려한 모법적 법률해석을 보여달라"고 재판부에 무죄 판결을 호소했다.
또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의 의무 기피가 아니고 대체복무를 형평성에 맞게 적절히 도입한다면 이를 수용하겠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를 내리는 것은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소수를 보호하기 위한 결단을 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 측 발언자로 나선 김후곤 대검 공판송무부장검사는 "대체복무제 도입은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도입됐을 때 '정당한 사유'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맞섰다. 또한 "양심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나 국가 안보 역시 헌법이 정한 가치"라면서 "국가 안보의 가치를 배제하고 양심의 자유를 우선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양측 참고인으로 나선 전문가들도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피고인 측 참고인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본적으로 '정당한 사유'란 다른 나라 법에는 없고 우리 법체계 안에서 고유하게 등장했는데 형법질서 처벌을 고정하기 위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면서 "기본적으로 헌법의 양심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에 입각해 옹호될 자유라 본다면 이 역시 정당한 사유로 보는 게 맞다고 본다"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검찰 측 참고인으로 나온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제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하는 건 '당위'이지만 현실 여건에 따라 보장 정도가 달라지는 것은 '현실'"이라며 "대체복무제를 도입했을 경우 현역 복무자의 인권 등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04년 병역거부자의 양심실현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보다 앞서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가 될 수 없다며 당시 피고에게 원심과 같이 유죄 판결했다.
그러나 지난 6월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 규정이 없는 병역법 조항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또 국제연합 자유권규약위원회가 우리나라가 자유권규약을 위반했다고 공표하는 등 국내외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대법이 14년 전과는 다른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법원은 조만간 이번 공개변론 사건에 대해 별도의 선고일을 지정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헌재의 판단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과거와 다른 판례가 나올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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