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이달초 대선공약 뒤집으며 인터넷전문은행법 지지
한국당이 '은산분리 폐지' 주장하면서 민주당 내 의견 충돌
결국 8월 임시국회서 처리 실패...與, '우클릭' 상처만 남아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애초부터 청와대가 나선 게 패착이다"(여당 관계자)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의 8월 임시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이달초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은산분리 완화를 천명했을 때만 해도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의 국회 통과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자유한국당이 이미 은산분리 완화를 줄기차게 주장해왔고 민주당의 경우 문 대통령이 대선공약까지 뒤집으며 입장을 바꾼 만큼 당에서 대놓고 반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24명 의원들 가운데 민주당 소속은 10명이다. 이 중 이학영 제윤경 의원만이 명시적으로 반대 입장을 고수할 뿐이었다.
하지만 한국당이 아예 은산분리 폐지를 주장하면서 민주당 내부 기류가 뒤엉켰다. 아울러 일부 여당 의원들이 '은산분리' 당론 변경을 위해 정책의총을 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난기류가 감지됐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8.08.30 yooksa@newspim.com |
당초 민주당은 원칙적으로 자산 10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기업을 제외하고 규제를 풀어주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사업 비중이 50%를 넘는 기업에 대해서는 대기업 집단이라고 해도 예외로 허용해주자는 쪽으로 의견을 정리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한국당은 일부 기업에만 특혜를 줄 수 없다며 모든 산업자본에 대해 은산분리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버텼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되지 않도록 여러가지 엄격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던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한국당 안에 난색을 표명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날 의총에서 은산분리 완화 관련 한국당 안을 두고 논의했는데 당연히 반대 의견이 속출했다"고 말했다.
결국 민주당 내 은산분리 완화 자체를 반대하는 쪽과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고 완화를 해줘야 한다는 입장에 더해, 한국당의 은산분리 폐지안에 대한 찬반 의견까지 갈리면서 전선이 확대됐다. 여야간 공통분모를 찾기가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은 "문 대통령까지 나서서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를 강조했는데 민주당 내부 저항에 막혔다"며 "민주당은 빨리 내부 정리부터 하라"고 공세를 폈다.
정무위 관계자는 "한국당 입장에선 은산분리가 폐지되면 가장 좋고, 설사 안된다고 해도 문 대통령이 추진한 정책이 무산되는 것이기 때문에 꽃놀이패였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이 자중지란으로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결국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은 9월 정기국회 들어 다시 원점에서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민주당은 정의당과 시민단체로부터 '우클릭' 비판을 감수하며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했지만 아무 것도 손에 쥐지 못 했다.
정무위 관계자는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를 통해서 '원샷'에 해결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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