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보낸 '비밀서한(secret letter)'를 받고 나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취소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의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두 명의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24일 아침 김영철 부장의 서한을 받았고, 이를 백악관에 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여줬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정확한 서한 내용은 불분명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할 만큼 '적대적인' 내용이 담겼다는 설명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4차 방북을 통해 스티븐 비건 새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소개할 예정이었다.
서한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트윗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진전 부족을 언급하며 폼페이오 장관의 북한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
관리들은 서한이 어떻게 전달됐는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로긴 칼럼니스트는 북한이 '뉴욕 채널'로 알려진 유엔(UN) 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늘려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간 비핵화 협상에 대한 책임이 중국에 있다고 했다. 그렇더라도 비핵화 협상이 진전하고 있다고 자신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은 커다란 반전이라고 로긴 칼럼니스트는 부연했다.
북한이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제재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통해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행정부 고위 관리는 "대통령이 그것이 끝났다고 인정할지는 모르겠다"며 하지만 북한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도록 압박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은 북한과 '조치 대 조치(step-for-step) 거래'를 협상하기 위해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미국의 한국전쟁 종전 선언을 바라는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및 자산 신고를 원하고 있다.
몇몇 관리는 볼턴 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현 국면에서 종전 선언을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추가 양보를 하기 전에 북한이 검증할 수 있는 핵·미사일 프로그램 및 자산 신고를 하는 등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방북 취소' 트윗이 게재됐을 당시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있었지만, 방북을 처음부터 반대했던 볼턴 보좌관은 그 자리에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볼턴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출장에 가 있었다.
볼턴 보좌관은 대면 회담 등 어떠한 양보도 북한에 '나약함(weakness)'의 징후로 보여질 수 있다며 따라서 방북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또 매티스 장관은 모든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종전을 선언하는 건 한반도에 있는 한미 양군의 준비 상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으로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부 부처 간 논란이 있다고 로긴 칼럼니스트는 설명했다.
단일적인 정부의 평가가 없는 상황에서 기관별로 북한이 얼마나 비핵화 약속에서 후퇴하고 있는지, 또 어떤 기준을 활용해 북한의 비핵화 진척 부족을 평가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 서로 다른 접근을 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의 동의에 상관없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강화하는 등 문재인 정부가 홀로 행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로긴 칼럼니스트는 주장했다.
로긴 칼럼니스트는 한 고위 관리가 스탠퍼드대학교의 다니엘 스나이더에 "한국과 큰 문제가 생겼다"며 "한국이 밀고 나가기로 결심한 시점에 이르렀다. 그들은 더 이상 우리와 함께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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