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김민정 특파원=미국 백악관이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 별세 이후 게양했던 조기를 성급하게 평소대로 환원했다가 다시 조기로 바꾸는 해프닝이 27일(현지시간) 벌어졌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25일 베트남전 참전 영웅이자 보수정치권의 거목으로 존경을 받아온 매케인 의원이 뇌종양으로 사망하자 조기를 내걸었다.
27일(현지시간) 오후 다시 조기가 게양된 백악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러나 백악관의 조기는 27일(현지시간) 오전부터 다시 평소대로 뒤바뀌었다.
미국 대통령은 연방 상·하원의원을 비롯해 유력 정치인들의 장례식에 참석해왔으며 장례식이 엄수될 때까지 백악관에 조기를 게양해온 것이 관례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여온 매케인 의원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그의 죽음 앞에서까지 드러내는 '속좁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들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메케인 의원을 영웅으로 생각하느냐" "왜 지금까지 매케인에 대해 제대로 언급이 없느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굳은 표정으로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은 채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케인 의원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매케인 의원의 유족 대변인인 릭 데이비스는 이날 "우리가 아는 한 (트럼프) 대통령은 장례식장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폭스뉴스는 매케인 의원의 사망 이후 백악관이 준비한 공식 성명 발표를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했다고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백악관 참모들이 수십 년간 정치인으로서 매케인 의원의 업적과 베트남전의 포로로 잡혔던 그의 영웅적 행동에 찬사를 보내는 내용으로 성명을 작성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 성명의 발표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속 좁은' 행태에 대해 비판 여론이 들끓자 백악관은 이날 오후 갑자기 지붕 위에 게양돼 있던 성조기를 다시 조기로 바꿨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후에야 결국 백악관의 성조기를 다시 조기로 바꾸라고 지시하고 매케인 의원에 대한 존경을 담은 성명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대통령은 이같은 행태는 한마디로 유치한 짓"이라고 지적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과 매케인 의원의 악연은 트럼프 대통령의 2015년 대선 출마 선언 이후 계속됐다. 매케인 의원은 자신의 당 후보인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의 녹음테이프가 공개된 이후 지지를 철회했다. 이후에도 매케인 의원은 기존 동맹들과 등을 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안보 정책 등에 대해 비판과 견제를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생전에 트윗을 통해 매케인 의원이 영웅이 아니라고 비난했다. 2015년 7월 트윗에서 “그는 영웅이 아니다. 그가 영웅이었던 것은 그가 잡혔기 때문”이라며 “나는 잡히지 않은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