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대신 채권, 코스피 대신 코스닥 매수"
최근 24거래일 가운데 23거래일 순매도
7월 이후 1조3211억원 매각
상반기 국내 주식 투자서 마이너스
당분간 채권 비중 확대 기조 이어질듯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연초 26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가 하반기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경기 침체와 더불어 부정적 대외 이슈가 잇따르며 하방 압력이 점차 심화되는 양상이다.
코스피가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증권가에선 최근 두 달 넘게 '팔자' 기조인 연기금 움직임을 주의깊게 본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이 하반기 증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토대로 주식비중을 더 줄일 경우 코스피는 물론 증시 전반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진=김승현 기자] |
앞서 13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4.34포인트(1.50%) 내린 2248.45에 거래를 종료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25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을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코스피는 승승장구를 이어갔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일평균 거래대금이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주요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1월29일 장중 2600선을 돌파하는 등 상반기 내내 2450~2500선 부근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하지만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하락 전환한 코스피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며 2주 만에 10%포인트 가량 조정됐다. 7월 들어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지만 최근 터키발(發) 금융위기 이슈가 불거지며 작년 상반기 저점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여기에는 코스피 비중 축소에 나선 연기금의 ‘변화’가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기금은 7월 이후 현재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3211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1조3252억원을 순매도한 기관에 이어 두 번째. 불과 한 달 만에 연기금과 기관에서만 2조5000억원이 넘는 매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매도와 매수를 반복한 기관과 달리 연기금은 최근 두 달간 일정 규모의 주식을 꾸준히 처분했다. 지난 6월11일 이후 45거래일 가운데 연기금이 순매수를 기록한 것은 8거래일에 불과하다. 기준을 7월12일로 바꾸면 최근 24거래일 중 23거래일에서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업계에선 상반기 주식 투자로 손실을 본 연기금이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코스피 비중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기금 및 보험의 코스피·코스닥·10년물 국채 순매수 추이 [자료=SK증권] |
실제 주요 연기금의 상반기 국내 주식 직접 투자 수익률은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학연금이 –6.61%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공무원연금 –5.6%, 교직원공제회 –7%로 역성장했다. 국민연금 역시 5월까지 –1.18%에 그쳐 상반기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채권 투자로는 안정적인 이익을 시현했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교직원공제회의 국내 직접·위탁 채권 수익률은 3~4%를 유지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연기금, 보험 등 포트폴리오 투자자들이 6월부터 주식 순매도, 7월부터 채권 순매수를 확대하고 있다”며 “증시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연기금의 매도 기조는 상승세를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코스피 대신 코스닥 투자를 독려하는 것도 코스피 비중을 줄이는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초 정부는 기금평가 지침을 개정해 국내주식형을 코스피 주식과 코스닥 주식으로 구분하고, 코스닥 투자를 늘려 운용상품을 분산시킬 경우 평가에 유리하게 반영키로 했다. 또 연기금 국내 주식 위탁 유형에 ‘코스닥투자형’을 신설하는 한편 코스닥 차익 거래시 증권거래세(0.3%)를 면제하는 인센티브도 부여했다.
그 결과 연기금은 개인(3조4643억원)에 이어 올해 코스닥 누적순매수 2위에 올랐다. 상반기 4229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한 데 이어 하반기 한 달 동안 1275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코스닥 비중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대내외 이슈를 반영해 연기금이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주식 대신 채권, 코스피 대신 코스닥 비중을 높임으로써 수익률 제고와 위험 분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일환”이라고 내다봤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