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석탄 반입 7건 확인..수입업자 등 검찰 송치
수사 장기화·유엔 제재 가능성 등 Q&A
[세종=뉴스핌] 임은석 기자 = 관세청은 총 9건의 북한산 석탄 등 수입사건을 수사해 7건의 범죄사실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수입업자 등 3명과 관련법인 3개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석탄이 러시아에서 다른 배로 옮겨져 러시아산으로 위장돼 수입됐다는 정보를 입수해 수사한지 10여개월만이다.
다음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제기된 의혹에 대한 관세청의 해명을 일문일답으로 풀어봤다.
북한 라진항에 정박해 있는 화물선 [사진=로이터 뉴스핌] |
-수사가 길어졌다. 이유가 무엇인지.
▲이번 사건 수사는 북한에서 러시아로 운송된 석탄이 러시아 항구에 임시로 보관됐다 그 물품 그대로 한국으로 재반입됐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우선, 러시아 항구 내 보관기간이 10일~3개월로 길어 물품의 동일성을 입증하기 어려웠고, 중요 피의자들이 혐의 부인, 출석 지연 등으로 수사에 방해를 받았다. 또한 범죄입증을 위해 방대한 압수자료 분석과 성분 분석만으로는 북한산 석탄의 원산지 확인이 곤란한 점 등도 수사가 실어진 원인이다.
-북한산 석탄의 저가신고에 대한 의혹이 있는데.
▲수입신고 가격은 러시아산 평균 수입단가보다 평균적으로 높게 세관에 신고됐다. 지난해 러시아산 석탄의 평균 수입단가는 톤당 95달러였지만 이번 사건 조사대상의 수입신고 단가는 톤당 65달러~140달러로 평균 101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물의 경우 품질별, 월별로 변동이 있어 단순 가격 비교로 북한산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H사가 응찰한 가격이 타 경쟁장에 비해 훨씬 낮아 북한산이 의심되는 것은 아닌지.
▲H사가 한국남동발전에 입찰한 가격이 타 경쟁업체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은 사실이다. 입찰자료는 내부 자료로 수사과정에서 자료요구를 통해 제출받았지만 수입신고 단계에서는 알 수 없는 내용이다. H사의 실제 수입신고 가격인 톤당 96달러는 2017년 10월 당시 러시아산 석탄의 평균 수입가격인 톤당 92달러보다 높은 가격이다.
-북한산 석탄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한국남동발전 등이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대상이 되는가.
▲세관 조사 시 여러 정황에 비추어 관세법 위반 등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단돼 서면조사했다.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 여부는 미국 정부의 소관 사항이지만 보이콧 대상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독자제재는 통상적으로 제재위반과 회피가 반복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이와 관련 관할국이 조사 등 충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있는 경우 적용되는 것으로 안다.
-성분분석을 통해 북한산 여부를 파악할 수는 없었나.
▲대한석탄공사연구소에 따르면 성분분석은 발열량, 수분량, 성분 등으로 유·무연탄 여부만 확인이 가능하다. 석탄든 고유 지문이 없고, 산지라도 채광 시기, 채광 심도에 따라 성분이 변하므로 성분분석 만으로는 원산지 확인이 어렵다.
-정보통보를 받은 석탄 등을 바로 통관시켰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관계기관으로부터 통보받은 정보는 북한산이 의심된다는 첩보 수준으로 북한산 석탄이라는 확증이 없었다. 통관보류는 관세법에 따른 법적인 근거가 있을 경우에 절차를 밟아 진행한느 것으로, 단순한 의심 등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한 상태에서 적용할 경우 통관질서가 흐트러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할 경우에는 일단 통관조치한 후 사후조사를 통해 위법여부 등을 확인하는 것이 통상적인 순서다.
-북한산 석탄 운반 의심받는 선박이 드나드는데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한 것 아닌가.
▲관계기관으로부터 북 연계 의심 선박 정보자료를 제공받거나 의심정보로 검색요청을 받은 경우 우범선박으로 관리하고, 입항시마다 검색을 실시한다. 지난해 10월 이후 7척 선박의 입출항은 총 97회이었으며, 그 중 선박 검색은 41회 실시했다. 대상 선박들은 북한 경유가 없고, 주요 입출항지가 일본·중국 등이며, 주요 적재물품도 철강·강판·철근 등을 주로 운반했다. 해당 선박들이 러시아산 물품을 싣고 국내에 입항한 경우도 수회 있었지만 검색 등 실시 결과 북한 연계를 의심할 만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과거 전력이 있는 진롱이 반입한 석탄을 바로 통관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석탄관련 상업서류와 원산지증명서 원본을 확인했고, 항해일지·선원인터뷰 등에서도 북한과의 연계성 등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수입물품 자체에 북한산 관련 의심사항을 발견 할 수 없다. 북한산이라는 믿을만한 합리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관세법 제244조(입항전수입신고) 규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수입신고된 물품에 대해 수입통관을 허용한다. 러시아산으로 정상 수입신고된 석탄을 뚜렷한 혐의없이 억류하는 것은 부두적체와 무역업체 민원 발생 외에 석탄분야 주요 교역국인 러시아와의 통상마찰과 국가에너지 안보를 해치는 결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산으로 확인된 석탄 등에 대해 압류 등 조치를 취하는지.
▲해당 석탄들이 이미 국내에서 최종 소비처에 판매돼 사용 등이 이루어진 상태로, 북한산임을 알지 못하는 선의의 거래처들로부터 압수 등 조치를 취할 수 없다.
-한국 업체가 북한산 석탄을 우회수입했는데, 우리나라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는가.
▲북한산 석탄을 수입한 업체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적극적 수사로 제재위반 사항을 확인한 우리나라를 안보리 결의 위반국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의 위반 방지 등을 위해 노력한 국가를 위반국이라고 한다면, UN 회원국의 적극적인 수사가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fedor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