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의 인권 문제에 대한 캐나다의 우려 제기로 시작된 양국 간 외교 갈등이 사우디의 과도한 강경 반응에 연일 고조되고 있다.
갈등은 캐나다 외무장관이 지난 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캐나다 국적의 여성 인권운동가 사마르 바다위의 체포에 대해 ‘심히 우려한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후 사우디는 이를 내정간섭이라 비난하고, 리야드 주재 캐나다 대사를 쫓아냈으며, 사우디 국영 항공사의 캐나다 노선 운항도 중단시키고, 캐나다에 있는 사우디 유학생을 철수시켰으며, 캐나다 국채 매각에 나섰다. 사우디는 향후 양국 간 무역 관계도 끊을 계획이라고까지 경고했다.
서방 국가들은 의례적인 인권 우려에 대해 사우디가 이처럼 지나치게 반응하는 것에 대해 의아해하고 있다.
하지만 중동 지역 전문가들은 이러한 반응이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고압적이지만 예민한 통치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올해 32세의 빈 살만 왕세자는 약 1년 전 왕위계승 서열 1위로 오르며 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 자리를 차지한 뒤 사우디의 현대화와 국제화에 주력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반부패 척결의 일환이라며 수백 명의 재계 엘리트들을 가뒀다.
또한 사상 처음으로 여성에게 운전을 허용하고 35년 만에 처음으로 영화관을 세웠지만, 사우디 당국은 인권 운동가들, 특히 여성 인권을 주장하는 운동가들을 가혹하게 탄압하고 있다.
이 가운데 몇몇 중동 동맹들은 캐나다에 맞서는 사우디를 응원하고 있지만, 인권 수호에 나서다가 된통 깨지고 있는 캐나다를 응원하는 서방 국가는 없다.
이에 분석가들은 인권 문제를 경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태도 때문에 전 세계에서 독재자들이 더욱 손쉽게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권 문제에 대해 사우디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를 꺼려하고 있으며, 미 국무부는 2017년 인권보고서에서 사우디를 지목하지도 않았다.
헤이디 아므르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사우디의 과잉 반응은 트럼프 대통령의 묵인에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적 행동의 범주를 넓혀 놓아 사우디와 같은 국가들이 (인권을 유린하면서도) 국제사회에서 힘을 과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7일 캐나다와 사우디의 갈등에 대해 “양측은 외교적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이는 미국이 관여할 수 없는 일”이라며 발을 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인권 운동가인 사마르 바다위(가운데)가 2012년 3월 8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로부터 ‘용기있는 세계 여성상’을 받은 후, 당시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및 영부인 미셸 오바마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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