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C 기반 맞춤형 서비스 출시 이어져
테라젠이텍스, 상반기 DTC 매출 급증
[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최근 유전자 분석 업체들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 맞춤형 제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그동안 규제에 막혀 성장하지 못했던 '소비자 의뢰 유전자검사(DTC)' 사업을 키우기 위해 '맞춤형 서비스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사업 초기 단계지만 관련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마크로젠의 유전자 분석키트와 왓비타 추천 건강기능식품. [사진=마크로젠] |
◆유전자 분석기업들, 잇따른 맞춤형 서비스 출시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전자 분석업체들이 DTC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맞춤형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등을 제공하고 있다. DTC는 개인이 병원을 거치지 않고 기업에 직접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의 유전적 특성과 질병 등을 예측할 수 있다.
유전자 분석 기업 테라젠이텍스는 올해 초부터 건강기능식품 업체와 제휴를 맺고, 유전자 검사 기반 건강기능식품 추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약 6개월 간 2만 건 이상의 DTC 검사 주문을 받았다.
또 회사는 개인 피부별 맞춤형 화장품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피부 노화, 탄력, 색소 침착 등 외모에 영향을 주는 유전적 특징을 파악해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다이어트를 위한 컨설팅과 개인의 체질에 맞는 식단 및 운동 등을 제공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맞춤형 추천 서비스 덕분에 테라젠이텍스의 올 상반기 DTC 관련 매출은 약 10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DTC 매출이 1~2억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반년 만에 연간 매출의 10배를 달성한 셈이다.
마크로젠은 지난달 비타민 추천 서비스 기업 왓비타와 손을 잡고 '유전자 맞춤형 비타민 추천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마크로젠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얻은 체질량지수, 콜레스테롤, 공복혈당 등을 기반으로 개인에게 최적화된 비타민 제품을 추천한다.
마크로젠과 왓비타는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지난달 16일 서비스를 내놓았고, 펀딩을 시작한 지 1분 만에 목표 금액인 100만원을 달성했다. 이후 2시간 45분 만에 목표 금액의 10배에 달하는 1000만원의 모금액이 모였다. 현재 모금액은 약 1600만원에 달한다.
이원다이애그노믹스는 중국에 유전자 분석 화장품 추천 서비스를 출시했다. 디엔에이링크도 건강기능식품 관련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韓 DTC 시장, 규제 때문에 성장 한계…"돌파구 찾아라"
유전자 분석업체들이 이처럼 맞춤형 서비스 사업에 나선 것은 DTC 사업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국내의 경우 2016년 6월부터 DTC 규제가 풀렸으나 해외와 달리 시장 성장이 미미했다. 유전자 분석기업의 DTC 사업 분야 평균 매출은 연 1억원에 그쳤다.
암, 유전질환 등을 검사할 수 있는 해외와 달리 국내 DTC 검사 항목은 혈압, 탈모, 피부탄력 등 12가지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허용된 DTC 검사 범위가 미용·영양 상태 등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쳐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부족했다.
이에 유전자 분석업체들이 DTC 검사를 기반으로 맞춤형 서비스 등을 시작하면서 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
테라젠이텍스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DTC 검사와 타 분야의 제휴를 통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며 "테라젠이텍스도 건강기능식품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관련 상반기 매출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사업 초기인데도 불구하고 소비자 반응도 좋은 편이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DTC 서비스만으로는 사업 확장이 어려웠지만, 맞춤형 제품 추천 서비스를 접목하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 DTC와 건강관리 서비스 분야를 연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DTC 검사항목 확대를 예고한 만큼 관련 시장과 서비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연내 법 개정 등을 통해 DTC 검사 항목을 당뇨, 고혈압, 뇌졸중 등을 포함해 157가지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의료계 반대 등에 부딪혀 원래 계획보다는 지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DTC 규제 완화가 늦어지고 있긴 하지만 방향 자체는 유전자 분석업체들에 긍정적"이라며 "기업들도 관련 조직 신설 및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k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