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지대는 탈퇴 아냐"
英 관세율 적용…EU "글쎄"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업무를 주관하던 데이비드 데이비스 장관과 스티브 베이커 차관이 8일(현지시간) 사임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브렉시트 장관이 8일(현지시간) 사임서를 제출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데이비스 브렉시트 장관은 테리사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안에 "마지 못해 징집(reluctant conscript)"되길 거부한다며 사임서를 제출했다. EU에서 완전히 독립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해온 집권 보수당의 스티브 베이커 역시 사임 의사를 밝혔다.
브렉시트 강경파들의 사임은 '하드 브렉시트'로 인한 충격을 줄이기 위한 메이 총리의 일명 '소프트 브렉시트' 안이 내각회의에서 어렵게 합의를 이끌어 낸 뒤 이틀 만에 나왔다.
총리의 고문인 올리 로빈스 협상 대표가 제안한 이번 브렉시트안은 자유무역지대를 통한 EU와 자유로운 교역을 유지하되 영국이 자국의 제품에 대한 관세를 정하고, 향후 관세협정을 추진하는 계획이 담겼다. 대신, 영국 국민들의 EU 국가 자유이동은 제한하고 EU 법정에 대한 우위를 종식시키는 내용도 포함됐다.
EU측은 조심스럽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는 더블린에서 오스트리아 총리를 만난 후 기자회견에서 "일주일 전보다 낙관적"이라며 "테리사 메이 총리는 내각 전체가 지지할 수 있는 안을 만든 진정한 정치적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내각회의 결과를 즉시 EU에 통보할 예정이지만 데이비스를 포함한 일부는 소프트 브렉시트 안이 EU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라 보고 있다. 영국이 자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정하는 게 걸림돌이 될 거라는 의견이다.
세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영국이 입장을 확실시 한 것에 대해 안도하면서도 이번 브렉시트안은 몇몇 "미결 문제들"이 있다며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27명의 장관 중 데이비스, 보리스 존슨 외무부 장관을 포함한 7명이 소프트 브렉시트 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EU와 자유무역지대를 통한 교역이 EU로부터 완전한 탈퇴가 아니며 EU 규정에 부응해야 하기 때문에 영국의 일부 산업 규제 능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데이비스 장관은 8일 메이에게 보내는 사임 서한에서 "영국이 협상에서 약한 위치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소프트 브렉시트안의 전반적 방향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어 EU법과 규정을 그대로 따르려는 메이 총리를 비난하며 "이는 우리 경제의 대부분을 EU의 통제 하에 두고, 우리나라 법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오지 않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에 메이는 데이비스의 소프트 브렉시트안 해석은 맞지 않다며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집권 보수당 소식통은 이번 브렉시트안에 반대하고 단일 시장을 원하는 브렉시트 강경파들의 사임이 계속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현지 언론은 브렉시트부의 또 다른 차관인 수엘라 브레이버만이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직 이에 대한 공식 발표나 브레이버만 측의 언급은 없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