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관세법 문제로 대한항공 제안 거절
대한항공, 추가생산 여력 없어...추가근무 '부담'
오늘부터 '노밀 제로'...일부 노선 간편식 제공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아시아나항공 승객들이 경쟁사인 대한항공 기내식을 먹게 될지 주목된다. 대한항공 측이 '기내식 대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아시아나에 물량을 지원해주겠다고 제안하면서 이같은 일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도와주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가 이미 대한항공의 제안을 관세법상의 이유로 한차례 수용하지 못한데다, 대한항공도 자체 소비 물량이 많아 추가생산 여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이미 최대 물량을 생산하고 있어 지원을 위해선 야간작업 등을 해야 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각사] |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3일 기내식 대란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 측에 물량 공급을 지원해주겠다고 비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이에 아시아나는 해당 내용을 검토했으나 관세법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어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시아나항공 홍보실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기내식 공급 지원을 제안했지만 관세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어 해당 방안을 수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측에 따르면, 현행 관세법상 기내식을 트레이(메인메뉴와 빵, 샐러드, 디저트가 모두 포함된 완제품)째 지원 받으면 문제가 없으나 그 중 일부 메뉴만 받을 경우 법에 저촉된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제안은 메인메뉴 등 일부 음식만 제공한다는 내용이여서 이를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양사간 협력이 성사되지 못했다.
아시아나는 이 문제가 해소될 경우 대한항공의 기내식 지원 제안을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보였다. 이 관계자는 "관세법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제안이 다시 온다면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며 "현재 급한 불은 껐지만 기내식 서비스가 완벽하지는 않아 새로운 제안이 온다면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아시아나에 대한 지원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대한항공은 외부 협력업체가 아닌 기내식 사업부가 직접 기내식을 생산하고 있는데, 현재 만들고 있는 하루 평균 7만5000식이 사실상 생산 가능한 최대 물량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난 3일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고 싶다고 아시아나 측에 제안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이미 최대 물량을 생산하고 있는 만큼, 아시아나를 지원할 경우 직원들이 추가근무를 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본사에서 열린 '기내식 대란' 관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8.07.04 leehs@nespim.com |
앞서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납품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 대한항공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사실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입을 통해 외부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교롭게도 지난 3월 새로 계약한 업체의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른 케이터링 회사들에 요청했으나 협의가 잘 안됐다"면서 "경쟁사(대한항공)한테도 부탁해봤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서 기내식 공급 요청이 왔으나 3개월간 하루 3만개에 달하는 기내식 생산을 위해 추가 증설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었다"고 거절 배경을 밝혔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서비스는 점차 안정화되고 있는 중이다. 아시아나는 '노밀(No Meal)' 사태가 불거진지 5일째인 이날부터 기내식 없이 이륙하는 항공편은 없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부 단거리 노선에서는 일반 기내식 대신 간편식인 브리또나 핫도그 등이 제공되고 있어 완전 정상화에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전날 박 회장은 "내일부터는 기내식 없이 가는 비행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빠른 정상화를 약속했다.
us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