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부나토스 CEO "앞으로 삼바와 중요한 관계 구축 기대"
공동 경영과 지분 매각 가능성 모두 열려 있어… 업계 '주목'
[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미국 바이오 기업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공동경영체제에 돌입한다. 바이오젠의 경영권이 강화된 만큼 사업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또 앞서 일각에서는 바이오젠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매각설도 나온 바 있어, 앞으로 바이오젠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바이오젠 CEO "삼성바이오와 중요한 관계 구축"… 공동경영 의지?
삼성바이오로직스 전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9일 공시를 통해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면서 오는 29일 밤 12시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50%-1주를 취득할 수 있는 콜옵션 권한을 부여받았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보유 중인 주식 1956만7921주 중 922만6068주를 바이오젠에 양도한다. 바이오젠은 주식 양수도 일인 오는 9월28일 기준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주당 5만원과 이자를 더해 7486억원을 지급하게 된다.
이 경우 현재 콜옵션에 따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파생상품부채 1조9335억이 완전히 사라진다. 회사의 부채비율은 2018년 1분기 기준 88.6%에서 35.2%로 떨어지고, 약 7500억 원의 현금도 추가로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미셸 부나토스(Michel Vounatsos) 바이오젠 최고경영자(CEO)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추가 지분 매입 옵션 실행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리딩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기업의 지분을 매력적인 조건으로 늘리게 됐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중요한 관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콜옵션 행사로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간의 본격적인 공동경영 체제가 시작될 전망이다.
기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의 삼성바이오에피스 보유 지분은 각각 94.6%와 5.4%였다. 그러나 이번 콜옵션으로 바이오젠의 보유 지분은 약 50%까지 늘어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3명, 바이오젠 1명인 현재 이사회 구성도 양사 동수로 바뀐다. 바이오젠의 경영권이 강화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바이오젠이 더욱 적극적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임원을 파견하거나, 공동대표를 선임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제공했다. 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유럽 마케팅·영업 파트너로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베네팔리'(엔브렐 바이오시밀러)와 '플릭사비'(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를 유럽 시장에서 판매했다. 오는 10월부터는 유방암 치료제인 '임랄디'(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의 유럽 판매도 맡게 된다.
◆ 바이오젠 매입지분 일부 매각 나설 가능성도 열려있어
그러나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전량 또는 일부 매각할 것이란 예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추산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사 가치는 약 10조원이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약 22조6000억원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한 후 주식을 전량 매각할 경우 투자액 대비 10배의 수익을 얻게 된다.
일부에서는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중 일부를 삼성물산이 매입할 수 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이러한 주장들이 시장에 퍼지면서 삼성물산이 공시를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매입 계획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콜옵션이 실제로 이뤄진 만큼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이번 콜옵션 행사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혐의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금융감독원은 2015년 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기존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한 것을 문제 삼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바이오젠 콜옵션에 대비해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바꿨다고 맞서왔다. 또 지난 20일 열린 증선위에서는 금감원이 문제를 제기한 2015년 회계 처리 변경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회계 처리의 적정성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바이오젠이 실제로 콜옵션 행사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관계사가 되는 만큼 증선위에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다음 증선위는 다음 달 4일에 열린다.
k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