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인턴기자 = 빈곤국 산모 수만명을 살릴 수 있는 신약이 개발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산후 출혈을 예방할 수 있는 신약 '카베토신(Carbetocin)'의 안전성과 효능을 임상시험 결과 확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퍼링 제약이 개발한 카베토신은 산모 자궁을 수축하고 분만 후 과다 출혈을 예방하는 약물이다. 의학계는 카베토신이 자궁수축제 '옥시토신(Oxytocin)'의 유용한 대체제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
옥시토신은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산후 출혈 예방 호르몬이나 열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옥시토신은 섭씨 2도에서 8도 사이 온도에서 보관돼야 한다. 약물 수송 시에도 이 온도가 유지돼야 한다. 생활 인프라와 전력 공급 여건이 열악한 빈곤국에선 사용하기 어렵다.
매년 전 세계 여성 7만명이 분만 후 출혈로 사망한다. 산모가 분만 후 출혈로 사망할 경우 신생아가 1달 내 목숨을 잃을 위험도도 덩달아 증가한다.
결국 옥시토신의 취약점은 산모들의 생명 문제와 직결된다. 빈곤국가의 많은 여성들이 옥시토신을 투여하지 못해 출산 과정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WHO 연구원들은 "제때 약을 구하더라도 이미 열 노출로 인해 약물 효능이 상실된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내열성이 높은 카베토신은 빈곤국 산모들의 생명을 살리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의학전문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27일 소개된 논문에 따르면 내열성이 높은 카베토신은 옥시토신만큼 과다출혈 방지에 효과적이고 산모에게 안전한 약물이다.
냉장보관이 어려운 더운 기후에서 수송, 사용돼도 문제없을 만큼 내구성도 강하다. 냉장보관이 필요 없을 뿐만 아나라 섭씨 30도, 습도 75% 실온에서 보관해도 약효가 최소 3년간 유지된다.
테드로스 아느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진정 고무적인 개발"이라며 "산모와 아기를 살릴 수 있는 인류 능력에 혁신을 일으켰다"며 연구결과를 반겼다. 이번 연구는 WHO가 공동 진행했다.
이번 발표논문은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싱가포르, 아르헨티나, 영국, 우간다, 이집트, 인도, 태국, 케냐 등 전 세계 10개국 자연 분만한 여성 3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다. 실험은 산모들에게 출산 후 곧바로 옥시토신과 카베토신 중 하나를 무작위 투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두 약물 모두 과다 출혈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베토신 효능을 확인한 WHO는 실 보급을 위한 다음 절차에 들어간다. WHO는 산후 출혈 예방을 위한 WHO 권고 약물 목록에 카베토신을 추가할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또, 카베토신을 도입하고자 하는 국가들에 규제 검토 및 사용허가 절차에 필요한 샘플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