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 불법 재취업' 검찰수사 반박
김상조 “스스로 점검하고 반성할 것”
검찰-공정위 전속고발권 힘겨루기 시각
[세종=뉴스핌] 김홍군 기자 = 검찰의 갑작스러운 압수수색으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루만에 반격에 나섰다. 김상조 위원장은 검찰수사에 차분히 협조하고, 수사결과가 나오면 검허히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21일 해명자료를 통해 “지철호 부위원장이 중소기업중앙회 감사를 거쳐 올 1월 공정위로 돌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자의 경제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이고, 공직자윤리법 제17조(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에서 규정한 취업제한기관으로 명시되어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검찰이 혐의를 두고 있는 불법 재취업 의혹(공직자윤리법 위반)에 대해 언론보도 해명의 형식을 빌려 정면 반박한 것이다.
공정위는 “공직자윤리위원회도 지 부위원장의 취업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를 사전에 취업제한기관으로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여 공직자윤리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조차 제외하는 결정을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지 부위원장은 제29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공정위에서 제도개선과장, 독점감시팀장, 홍보관리관, 경쟁정책국장, 기업협력국장, 상임위원 등을 지냈으며, 이번에 문제가 된 중기중앙회에는 2016년 6월 취업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청와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다만, 공정위는 지 부위원장과 함께 불법 재취업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현 전 부위원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김 전 부위원장은 공정위 상임위원으로 재직하다 공정경쟁연합회장을 지낸 뒤 2014년 1월부터 3년간 공정위 부위원장을 지냈다.
공정거래위원회 [뉴스핌 DB] |
앞서 검찰은 전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내 공정위 기업집단국과 운영지원과, 심판관리관실 등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공정위는 지난해 2월에도 삼성 특혜 의혹으로 특검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검찰은 지 부위원장을 포함한 공정위 간부들의 불법 재취업과 대기업에 대한 봐주기 조사 등을 들여다 보고 있다.
대기업 봐주기 수사에는 43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이중근 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부영그룹과 신세계, 네이버 등이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1년을 맞은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검찰수사에 차분한 대응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수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고 결과가 나온다면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지 스스로 점검하고 반성하는 내부 노력을 더 하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담당인 기업집단국이 압수수색 대상이 된 데 대해서는 "지난 1년간 기업집단국이 했던 일에 대한 수사라기보다 과거 해당 일을 맡았던 부서의 자료가 이관됐기 때문"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이번 검찰의 공정위 수사를 두고 일각에서는 전속고발권을 둘러싼 두 권력기관의 힘겨루기가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선별적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공정위와 달리 검찰은 전면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공정위는 전속고발권 폐지 여부 등을 포함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초안을 내달 공개할 예정이다.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