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보당국 핵 및 미사일 하드웨어와 관련 기술, 노하우 팔아넘길 가능성 제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북한의 비핵화 선언 이후 군사 도발 가능성이 한풀 꺾인 가운데 김정은 정권이 보유한 핵무기와 기술을 해외에 판매할 가능성이 미국 정보 당국에서 제기됐다.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의 부품은 물론이고 핵심 기술을 해외에 이전해 돈벌이 수단으로 삼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 특히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이란과 거래가 오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9월 3일 핵무기병기화사업 현장 지도에 나선 김정은 [사진=북한노동신문] |
19일(현지시각) 미국 의회 전문지 더 힐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정보 당국이 김정은 정권의 무기 판매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미 정상화담을 계기로 양국의 긴장감이 느슨해진 틈을 타 북한이 이란을 포함한 위험 국가에 첨단 핵무기와 관련 기술, 노하우를 팔아 넘길 수 있다는 것.
한 정보 당국 관계자는 더 힐과 인터뷰에서 “가격이 맞아떨어지면 북한은 군사용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데 적극 나설 것”이라며 “과거 이란이 북한이 원하는 값을 치르고 무기와 부품 등을 구매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구형 무기는 물론이고 최첨단 미사일 기술과 핵 과학자들까지 자금 확보를 위해 해외에 넘길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미 정보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과 핵 기술이 이란을 포함한 적대국에 넘어가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손 쓸 기회를 놓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손가락보다 작은 크기의 256기가바이트 USB에 천문학적인 분량의 정보를 담을 수 있고, 이를 해외에 빼돌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관련해 USB 1개 분량의 정보만으로도 이란에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소식통은 강조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미국과 적대 관계인 국가에 무기와 관련 기술을 거래한 바 있다. 국제 사회를 경악하게 했던 시리아의 화학 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의 공급원이 평양이라는 것이 미 정보 당국과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북한은 또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에 원자로 건설을 지원했지만 2007년 이스라엘의 공습에 파괴됐다. 이란 역시 수 차례에 걸쳐 미사일 관련 하드웨어와 부품을 북한으로부터 사들인 바 있다.
과거 이 같은 행적은 북한이 이번에도 첨단 무기와 핵심 기술을 해외에 판매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것이 미국 측의 주장이다.
이미 북한이 이란과 거래를 개시했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이에 대한 대처에 나서야 한다고 정보 당국 소식통은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협정 폐기와 제재 리스크 속에 이란이 적극적으로 북한과 접촉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워싱턴 정치권에서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및 기술을 외국에 매각하지 못하도록 하는 협정을 체결하는 한편 핵 과학자들의 해외 핵 프로그램 관여를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번지고 있다고 더 힐은 보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