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출신 예비역 소령...아버지 뜻 이으려 사법시험 도전
“2014년 ‘구분소유권 상실’ 사건 못 잊어...법과 현실 괴리 안타까워“
“적절한 합의점, 당장 불이익 돼도 향후 최대 이익으로 돌아와”
[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변호사는 항상 정의(正義)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며 실무에 있어서는 쌍방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균형자 역할을 한다. 그게 법이든 사회든 현실이든”
지난 12일 이같은 직업관을 가진 배헌수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우일)를 서울 서초동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인사를 나누자마자 대뜸 질문 하나를 던졌다.
“10여개의 점포가 있는 어느 상가건물 5층이 제3자로 인해 칸막이, 화장실 등 내부 시설과 각 구분건물을 구분할 수 있는 표지 등이 모두 철거된 후 그 전체에 사우나 시설이 설치되었다면, 각 매장 주인들의 배상금액은 얼마일까요?”
잠시 고민한 끝에 보증금, 권리금, 월세 등에 따라 다르지 않겠냐고 답하자 배 변호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며 “판례는 그게 그렇지 않다네요. 건축도면에 의해 완벽한 복구가 가능한데도 판례는 하나로 합쳐진 이상 구분소유권은 상실되고 공유관계가 성립돼 사람 수 대로 똑같이 배분된답니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헌수 법무법인 우일 대표변호사 2018.06.12 deepblue@newspim.com |
이 사건은 2014년 배 변호사가 맡았던 사건이다. 수원시 한 상가건물이 완성된 초창기, 관리회사는 구분소유권자들의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한 층 전체의 칸막이 등을 없애고 불법으로 대규모 사우나찜질방을 만들었다. 관리회사의 대표는 구분소유권자들의 동의가 없었기에 재물손괴, 공무상표시무효 등의 죄책으로 실형 2년을 선고받았다. 구분소유권자였던 어느 노부부는 자신의 권리를 되찾고 행사하고자 배 변호사를 찾아왔다.
배 변호사는 아직도 이 사건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 판단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되는 각 점포는 위치, 방향, 엘리베이터 근접성, 권리금의 유무 등에 따라 같은 평수라도 그 가치가 천차만별이다”면서 “하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 경우 구분소유권이 모두 사라지고 공유관계가 된다. 좋은 위치에 점포를 갖고 있던 구분소유권자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라고 목소릴 높였다.
배 변호사는 “실제로 이같은 피해자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법과 현실을 중재하려 했으나 이 사건에선 그러지 못 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바로 이런 측면이 앞서 말한 변호사의 현실과 법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균형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라고 했다.
‘중재의 미학’ 직업관은 배 변호사의 경력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상근조정위원과 서울중앙지검 형사조정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배 변호사는 “실제로 의뢰인의 무리한 요구는 대화를 통해 적절한 해결점을 찾아 나가고 있다”면서 “지금 당장은 의뢰인에게 다소 불이익이 되더라도 길게 보면 의뢰인에게 최대한의 이익이 돌아온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헌수 법무법인 우일 대표변호사 2018.06.12 deepblue@newspim.com |
배 변호사의 전문 분야는 기업법무/노무, 건설/부동산/재개발/재건축, 국방/군사, 금융, 조세/행정, 도산 등이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전문 분야로 재개발/재건축/도산이 등록됐다.
배 변호사는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일반대학 법학과 위탁교육을 통해 법조인에 들어선 대부분의 육사 출신 변호사와 다르게 배 변호사는 육군 대위 전역 후 사법시험을 치렀다. ‘가족’의 의미를 중요하게 여기는 탓에 늦게라도 법무사인 아버지의 뜻을 잇기 위해서였다.
배 변호사는 앞으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삶의 목표라고 했다. 특히 아내와 함께 등산과 마라톤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전했다. 함께하는 동료와 직원에게 행복을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배 변호사는 기자와 헤어질 시간이 되자 이 말은 꼭 실어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절 항상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아내를 사랑하며 아내의 삶과 꿈에 무한한 지지를 보냅니다”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