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원들 “美 국방부 지도부도 몰랐다”
미 의회 내부서도 “훈련 중단 안 된다” 우려 목소리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기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 의회와 국방부마저도 깜짝 놀랐다는 우려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각) CNN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난 뒤 미국의 소리 방송(VOA)과의 인터뷰에서도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할 것"이라면서 "이 문제는 오늘 회담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한미연합훈련중단에 대해서는 "많은 돈이 소모되는 군사훈련을 중단할 것"이라면서 "군사훈련은 매우 도발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매우 만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6.12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CNN은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한 채 너무 중요한 것을 양보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미 군사훈련 중단 결정은 북한과 중국이 오랫동안 바라던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오랜 우방국인 한국 또는 일본과 협의도 없이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게임에서 중요한 카드를 너무 먼저 내버려 협상 레버리지가 축소돼버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매체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이 관련 내용을 협의했기 때문에 놀라지 않았다는 대변인 발언이 있긴 했지만,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훈련 중단 결정은 군 지도부조차 모르던 내용이라고 전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8월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비롯해“군사훈련 중단 등에 관한 가이던스를 업데이트 받은 적이 없다”면서 일단은 어떠한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한국과 계속해서 공조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국방부가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어떻게 이행할지에 대해 미 국방부가 백악관 및 미 국무부와 이제부터 협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달라질 훈련 규모와 훈련에 참여중인 우방국에 미칠 영향, 훈련 취소 전에 북한이 충족해야 할 조건이 있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사훈련 중단 결정은 민주당과 공화당 등 미 의회 내부에서도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매체는 양당 의원들이 이날부터 이미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과 관련한 변화를 만들지 않도록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 하원 루벤 갈레고 민주당 의원은 “주한미군 재정 지원에 관여하고 있는 만큼 미군 축소 등과 같은 변화들은 우리가 관여할 문제라고 느낀다”라면서 “미국 및 동맹국의 이익에 최대로 부합하도록 관련 결정들을 아주 면밀히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역시 미군 철수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고, 군사훈련 중단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을 보내고 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은 “(트럼프 결정이) 숨이 멎을 만큼 놀랍다”면서 “동맹국인 일본이나 한국에 먼저 알리지도 않고 북한 지도자와 한 목소리로 군사훈련 중단을 발표하고서는 아시아에서 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하는데 놀라운 전개상황”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트럼프 행정부가 북으로부터 상응하는 뭔가를 받지도 않은 채 북한이 원하던 것을 줬다면서 “미국의 레버리지를 축소하는 조치였으며 핵 협상 시작이라는 북한의 모호한 약속의 대가로 우리 동맹은 취약해질 것이란 신호를 줬다”고 지적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