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지난해에 처음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데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년이 지난 후 G7 내에서 ‘문제아’로 찍혔다고 CNN이 8일(현지시간) 논평했다.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G7 정상회의에서 세계 정상들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전이었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트럼프는 문제아’라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잡은 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G6 경제에 골칫거리를 안겨줬고 정치적 독성을 퍼뜨려, 각국 정상들이 트럼프가 저지른 사고 뒷수습을 하느라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상당히 할애해야 했다고 CNN은 논평했다.
지난해 이탈리아 회의에서는 테러와 기후변화에 맞서 공동 대응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의 기세에 트럼프 대통령이 밀렸다.
하지만 트럼프의 측근에 따르면 그는 유럽 정상들의 이러한 ‘잔소리’에 심기가 불편해져 오히려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CNN은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해 정상회의 후 영·프·독 정상들이 그토록 강조한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와 나머지 열강들의 관계가 즉각 악화된 것은 아니다.
트럼프는 '쓸모없다'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을 결국 유지하기로 했고,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와 ‘브로맨스’를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자기만의 길’을 고수하며 이란 핵협정까지 탈퇴하고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유럽 기업들까지 위협하며, 유럽 동맹들을 향해 관세공격을 퍼붓자 트럼프는 결국 ‘문제아’로 찍혀 올해 정상회의에 임하게 됐다.
우선 주최국인 캐나다의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국가 안보’를 핑계로 관세 공격에 나선 트럼프에 격분한 상태다.
중국은 미국이 관세공격에 나서면 무역대화에서 합의한 내용이 모두 무효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 정상들은 트럼프의 관세 공격뿐만 아니라 이란 핵협정 탈퇴와 유럽 기업들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위협에 속에서 천불이 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에 심기가 불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G7 정상회의 전날 밤과 공식 회동에서 다시금 이러한 내심을 트럼프에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
유럽에서는 미국의 도움이 가장 많이 필요해 트럼프의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는 영국의 테레사 메이 총리도 인내심의 한계에 이르고 있다.
메이 총리는 이번 주 초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결정은 “부당하고 매우 실망스러운 조치”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각국의 이익과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충돌해 공동의 대의를 마련하지 못하고 오합지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에는 그나마 G6가 단결해 트럼프를 압박하는 모양새라도 갖췄지만 올해에는 그에도 못 미치는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고 CNN은 예상했다.
이는 공동의 신뢰와 문제 해결이라는 당초 G7의 존재 이유를 무산시키는 것이며, 결국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세대에 걸친 세계 정상들이 막으려고 애써왔던 세계 분열을 되살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CNN은 논평했다.
2017년 5월 26일 이탈리아 시칠리아주 타오르미나에서 개최된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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