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본 산업계에서 이종(異種) 기업 간에 산업 데이터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진화로 데이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지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데이터 자원’을 공유해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기업들이 서로 손을 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세븐&아이홀딩스와 NTT도코모, 도쿄(東京)급행전철, 미쓰이(三井)물산,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 파이낸셜그룹 등 일본 기업 10개사는 빅데이터를 공동으로 활용하는데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연구 조직인 ‘세븐&아이 데이터랩’을 발족해 데이터 공유 방법과 사업화 검토를 추진한다.
각 사는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정보량을 늘리고, AI를 사용한 데이터 분석의 정밀도 향상이나 이전에는 얻을 수 없었던 분석 결과도 취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령 세븐&아이가 하루 약 2300만명의 고객으로부터 얻고 있는 소비 데이터와 도코모가 보유한 약 7600만명 휴대전화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연결하면, 평소 물건을 사는 게 불편했던 지역을 알아내 인터넷 슈퍼를 전개하는 등 출점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일본 기업들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빅데이터 등 산업정보를 공유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일본 정부도 기업 간 산업 데이터 공유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제조 노하우 등 산업 데이터 공유에 참여하는 기업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한편, 6월 중 시행하는 ‘생산성 향상 특별조치법’을 근거로 감세 혜택도 제공할 방침이다.
일본유센(郵船)과 미쓰이상선 등은 이 제도를 활용해 선박의 운항 데이터를 공유할 예정이다. 기상 조건에 따라 엔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등의 데이터를 공유해 에너지 절약형 선박과 자율운항 선박의 개발에 활용할 방침이다.
JXTG에너지와 이데미쓰(出光)흥산 등 정유회사도 제유소 배관의 부식 데이터 등을 공유해 효율적인 보수 점검에 이용할 계획이다. 양사는 경쟁 관계에 있지만 데이터 일부를 공유함으로써 쓸데없는 낭비를 없애고, 각자의 주력 분야에 인력이나 자금 등 경영자원을 집중 투하할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기술력이나 브랜드 파워가 기업의 중핵적인 가치였지만, 경제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데이터 자원이 기업의 가치로서 중시되고 있다. 일본이 그동안 유럽 등 선진국 국가들에 비해 이종 기업 간 데이터 공유가 늦어져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데이터 자원 획득을 위한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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