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죄를 밝히면 형사처분 경감되는 '사법거래'
기업 벌금형 범죄도 대상…기업들 대비 나서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기업들이 '사법거래' 제도 공부에 한창이라고 31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기업과 관련성 높은 분식회계·담합 등 범죄도 사법거래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사법거래는 타인의 범죄를 조사시관에 밝히는 대가로 자신의 형사처분을 가볍게 할 수 있는 제도다. 일본은 내일 6월 1일부터 사법거래 제도를 시행한다. 이에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일본 최고재판소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
지난 25일 도쿄(東京)에 위치한 법률정보서비스회사 '렉시스넥시스 재팬'의 사법거래 관련 세미나가 열렸다. 건설업·제조업 등 약 20여개사의 법무담당자들이 세미나 강사를 맡은 전 도쿄지검특수부 검사 야마구치 미키오(山口幹生) 변호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세미나에 참석한 제조사의 법률담당자는 "오는 6월 주주총회에서 사법거래에 어떻게 대응해야하는 지 등에 대한 질문을 받을 것 같아 세미나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테이프 제조회사 니치판의 직원은 "가령 자사의 부정에 대해서 사법거래를 한 사원이 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월에 같은 내용의 세미나를 열었던 기업정보지원회사 프로넥서스의 아사다 가즈토시(浅田一俊) 세미나회원사업부장은 "임원급이 참석한 회사도 있어서 관심도가 높다고 느꼈다"고 했다.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은행 계열사인 SMBC컨설팅도 6월 중순에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새로 도입되는 사법거래는 법인(法人)의 벌금형이 있는 범죄도 대상이 된다. 이에 기업이 사원의 부정행위를 밝혀 법인의 벌금형을 감면한다거나, 실무자인 사원이 상사의 지시를 밝혀 죄를 경감하는 식의 사례를 상정할 수 있다.
검사 출신인 히라오 가쿠(平尾覚)변호사는 최근 1년 간 10번이나 사법거래와 관련된 세미나에 강사로 나섰다. 그는 "기업의 입장에선 부정이 드러났을 때 '조사기관에 협력한다'는 선택지가 제도로서 담보된 것"이라며 "사원과 회사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도 있어 복수의 법률사무소에 의뢰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日 법조계도 사법거래 대응에 분주
사법거래의 주체는 검찰과 용의자·피고이지만, 거래를 하는데 있어선 변호사의 관여가 필요하다. 판사 역시 거래에서 얻는 진술이 허위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문제와 함께 사법거래 내용을 판결에 어떻게 반영해야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일본변호사협회는 이를 위해 이번달 22일 도내에서 연수회를 실시했다. 연수회 내용은 인터넷을 통해 전국 변호사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연수회에선 검찰과 협의를 할 때 주의할 사항이나, 합의가 성립되지 않았을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을 다뤘다.
최고재판소(한국의 헌법재판소의 기능을 겸하는 대법원)도 지난 24일~25일 사법연수소에서 연구회를 개최했다. 전국에선 판사 40여명이 참가해 의견을 나눴다.
최고재판소에 따르면 사법거래를 통해 얻은 진술의 신뢰도와 관련된 내용 위주였다. 이 중엔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진술에 객관적인 뒷받침이 충분한지 여부가 중요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최고검찰청(한국의 대검찰청)은 지난 3월에 전국 고등검찰청 검사장이나 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사법거래를 할 경우 최고검찰청과 협의하라"는 지시를 통고하기도 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