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들이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 도입을 늘리고 있다. 개호(고령자 간호)나 육아 등으로 특정 시간대에만 일하고자 하는 사원의 희망과, 업무가 집중되는 시간대에 일손을 확보하고자 하는 기업의 니즈를 조합해 직면한 인력난을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는 것.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최대의 철도회사인 JR동일본은 올해 말까지 기관사나 차장이 아침 출근 시간대에만 단시간 일할 수 있도록 근무 제도를 개정할 방침이다. 일본 최대 택배회사 야마토운수도 12월까지 택배 재배송이 많은 밤 시간대에만 일하는 사원을 약 5000명 채용할 계획이다.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운송업의 4월 유효구인배율은 2.37배(구직자 1명당 일자리가 2.37개)에 달하는 등 심각한 인력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철도 승무원이나 택배 기사는 자격이나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량 채용이 쉽지 않아, 탄력근무제 도입이 인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JR동일본 등 일본 기업들이 일손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탄력근무제 등의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
JR동일본은 근무 체계 재편의 일환으로 부모의 개호나 육아가 필요한 승무원을 대상으로 아침에만 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통상 기관사나 차장은 평균 9~10시간을 근무해야 한다. 지금도 개호나 육아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 6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지만, 낮 시간대만을 허용하는 등 제한이 있다. 이를 보다 유연하게 적용해 근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낮에 퇴근하길 희망하면 새벽에 출근해서 러시아워 시간대에 2~3시간을 근무하고, 그 후 사무 업무 등을 본 뒤 퇴근할 수 있다. 앞으로 저녁 시간대 등 근무 가능한 시간대를 더 늘려나갈 계획이다.
야마토운수는 ‘앵커 캐스트’로 불리는 야간 중심의 배송 사원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내년까지 1만명 정도를 채용할 계획이다. 현재의 배송 체제는 배송기사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배송과 집하, 영업을 동시에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주문자가 부재중인 경우가 많아 재배송이 늘면서 야간까지 업무를 해야 하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
이에 기존의 파트타임이나 계약사원을 배송기사로 전환하거나 신규 채용을 통해 야간 배송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연말에 배송 수요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전체 계획의 절반인 5000명을 올해 안에 채용할 방침이다.
앞으로 외식업이나 소매업과 같이 특별한 자격이나 경험이 필요치 않은 업종의 경우 일손이 부족한 시간대를 단시간 근무자로 메우고자 하는 움직임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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