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수 교수 "작가의 인기, 투자 안정성 증명된 경매"
해외 유력 미술관 전시 개최·한국 미술 국제 담론화 급선무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추상미술 선구자인 김환기 작가의 '붉은 전면 점화'가 27일 홍콩 경매에서 85억원에 낙찰됐다. 한국 근대 미술의 가치가 해외에서 증명된 순간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 미술의 국제 담론화를 위한 작업을 본격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25회 서울옥션 홍콩세일에서 85억3000만원에 낙찰된 김환기의 작품. '3-II-72 #220', Oil on cotton, 254×202cm, 1972. [사진=서울옥션] |
그동안 국내외 경매시장에서 최고 낙찰가를 받은 한국 미술품은 단연 김환기의 작품이다. 지난해 4월 케이옥션에서 진행한 경매에서 김환기 작가의 '고요(Tranquility) 5-Ⅳ-73 #310'은 65억5000만원에 낙찰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 기록을 갈아치운 것은 김 작가의 '3-Ⅱ-72 #220'다. 이 붉은 전면 점화는 이날 열린 '제25회 서울옥션 홍콩세일'에서 77억원에 시작해 약 85억3000만원(6200만0000홍콩달러)에 낙찰됐다. 구매 수수료 15억원을 포함하면 실제 낙찰자가 지불하게 되는 금액은 100억원이 넘는다.
서진수 강남대 교수는 이번 홍콩 경매에 대해 "좋은 결과다. 작가의 인기, 작품의 메리트, 투자의 안정성이 증명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작가의 작품은 40억에서 60억, 그러다 70억 이번에 80억대로 뛰었다. 40억에서 50억으로 뛰는 것도 힘든 일인데, 이는 굉장한 인기를 반영한 결과"라면서 "미술의 경제적 가치가 충분히 증명되고 동행됐을 때 그 작가의 생명력이 길어진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내 미술품 경매가 순위 TOP 10 중 김환기 작가의 작품만 8개다. 1위는 '3-Ⅱ-72 #220'(85억3000만원, 서울옥션), 2위는 '고요'(65억5000만원, 케이옥션), 3위는 '12-V-70 #172'(63억2626만원, 서울옥션), 4위는 '무제 27-Ⅶ-72 #228'(54억원, 케이옥션), 5위는 '무제'(48억6750만원, 서울옥션), 6위는 '19-Ⅶ-71 #209'(47억2100만원, 서울옥션)이다. 7위가 이중섭의 '소'다. 8위는 '무제 3-V-71 #203', 9위는 박수근의 '빨래터', 10위는 '항아리와 시'이다.
27일 홍콩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 25회 서울옥션 홍콩세일' [사진=서울옥션] |
서 교수는 한국미술의 펀드멘탈을 강화해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유력 미술관에서 김환기 작가의 작품을 전시할 기회를 만들고, 유명 해외 평론가들의 평론으로 국제 담론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다.
그는 "김환기 작가가 뉴욕에서 주로 활동했고, 프랑스, 브라질 상파울루에도 있었다. 해외 미술 평론가들이 그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거리는 많다. 국제 담론을 형성해야 본격적으로 한국 미술의 가치를 해외에 알릴 수 있다"며 정부, 화랑계, 미술계의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피카소 전시를 예로 들어 "피카소의 전시는 세계적으로 한 해에 100건씩 열린다. 100번 열리는 동안 얼마나 많은 평론이 나오겠나. 누가 봐도 말이 필요 없다. 이 예로 우리가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환기(1913년~1974년)는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미국과 프랑스에서 활동했다. 서양의 모더니즘을 한국화 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 무대에서도 인정받는 작가다. 프랑스 미술 시장 데이터 전문 아트피스(artpiece)에서 발표한 '2017 월드 TOP 100'에 김환기 작가는 81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환기의 작품은 마치 화선지에 먹으로 그림을 그리듯 자연스럽게 번져나가는 게 특징이다. 유화를 쓰면서도 작가 특유의 '번짐' 작업에 집중했고, 이러한 번짐 작품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1970년대부터 시작한 전면 점화다. 이번 홍콩 경매에 등장한 붉은 전면 점화는 빨간 색이 주를 이루면서 상단 중앙 작은 삼각형을 파란색으로 칠함으로써 색들 간의 충돌을 만들었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일관되게 점을 찍던 방식에서 벗어나 방향을 바꿔 운동성이 드러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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