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라이브
KYD 디데이
광장 ANDA 칼럼

속보

더보기

[김근철의 글로벌 워치] 북핵 '디테일의 악마'를 잡는 '강력한 톱 다운'

기사입력 : 2018년05월25일 13:13

최종수정 : 2018년05월25일 17:56

[뉴욕=뉴스핌] 김근철 특파원='세기의 핵 담판'으로 불리는 '북미정상회담'에 관한 뉴스가 연일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이 처음 공론화된 것은 지난 3월 8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접견한 뒤부터다. 이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즉석에서 "만나겠다"고 화답했다.77일 전의 일이다.

그후 한동안 북미정상회담 추진은 그야말로 급물살을 탔다. 그런데 이때쯤 워싱턴의 외교가나 이른바 한반도 전문가들이 자주 거론했던 말이 있다. 바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다. 주로 남북정상회담이나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일괄타결하려는 노력에 대해 '기대가 지나치고 현실을 모르고 순진하다'는 뉘앙스가 깔린 말이었다.

'독일 마셜펀드’의 로라 로젠버거 연구원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말을 직접 사용하며 북한 비핵화 논의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경계했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너무 부풀려져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의 말이 틀리지는 않다. 특히 숱한 외교관들과 한반도 전문가들은 그동안 북핵 문제에 있어서 '디테일의 악마'가 얼마나 무서운 지를 몸서리칠 정도로 경험했다.

'핵없는 한반도'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북한도 원칙적으로 동의해 왔다. 지난 20여년간 그럴듯한 '비핵화'선언과 합의도 여러차례 나왔다. 하지만 북핵을 검증하고 해체하고 보상하는 과정을 잘게 자르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곳곳에 '지뢰밭'이었다. 결국 한때 기대를 모았던 '선언'과 '합의'들은 디테일의 악마에 발목을 잡혀 사문화되는 과정을 밟았다.

최근에 만난 한 워싱턴의 한 한반도 전문가도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서 덜컥 비핵화 합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실현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악마는 디테일에 있으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어쩌면 이같은 입장을 보였던 전문가들은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전격 취소'를 들으며 무릎을 탁 쳤을 것 같다. 이들의 경고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벨상의 꿈'을 싣고 급류를 타던 북미정상회담은 최근 '디테일의 악마'에 발목이 잡혔다. '리비아식 모델'이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폐기(CVID)'니 하는 미국측 요구나 북한이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내세우며 미국에 핵 포기를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말라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 그렇다. 그만큼 북핵 문제에 있어서 디테일의 악마는 무섭고 위력적이다.

하지만 '병이 있으면 약도 있다'는 말이 있다.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디테일의 악마'를 잡는 명약은 '강력한 톱 다운(top down)'이다.

다수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과 핵 협상을 '디테일이 없는 톱 다운' 방식이어서 우려스럽다는 지적을 한다.

하지만 그동안 그 숱한 전문가와 외교관들이 디테일에 매달렸지만 북핵 문제는 한치도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제 북핵 문제의 본질은 '디테일'에 매몰되는 것이 더 위험하고 비생산적일 수 있다는 역발상이 필요한 때가 됐다. 

과거와 달리 '톱 다운'이 가능한 조건도 조성이 됐다. 그중 하나는 북한이 이미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국가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성취'를 선언했다는 점이다.

필자의 시각으로는 그동안 북한은 각종 합의와 선언에도 불구하고 내심 '핵포기'를 추구한 적이 없다. 그동안의 비핵화 제스처들은 국제적 감시와 제재를 피하며 핵무력을 완성하기 위한 '시간 벌기용'으로 치부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어찌됐든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으니 이제는 이를 통한 '거래'를 해야할 시점이다. 김 위원장은 지금 '핵 개발'에 몰두할 의지도, 여력도 없어 보인다. 대신 북핵을 걸고 '적절한 거래'를 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환경이다.

또다른 우호적인 환경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이나 구체적인 디테일에 사로잡히지 않는 '강력한 톱 다운'을 선호하는 스타일이란 것이다. 카리스마를 갖춘 두 리더가 큰 그림과 일정에 합의하고 행정가와 전문가들을 동원해 그 일정에 맞춰 성과물을 내도록하는 것이 북핵이란 난제를 푸는 데 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보여진다.

북한 역시 이같은 방식을 선호하는 메시지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회담 취소 결정에 대해 김 위원장의 '위임을 받아' 나온 김계관 외무성 제1 부상의 담화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김 부상의 담화문은 북미정상회담을 '트럼프 대통령의 용단'이라고 치켜세우며 김 위원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 '좋은 시작을 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표시했다고 나온다.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의 결정적 빌미를 제공했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담화에 대해선 "미국 측의 지나친 언행이 불러온 반발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평가절하했다.

이는 디테일을 내세운 실무진들의 '지나친 언행'이나 '반발'을 물리치고 양 정상간 담판을 벌이자는 메시지로 읽힌다.

항후 북핵과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꼼꼼한 디테일은 필수다. 하지만 디테일의 늪에 빠져 수십년간 교착상태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지도자들의 강력한 '톱 다운'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수레바퀴를 일단 굴려가는 것이 더 급선무다. '톱 다운'을 앞세워 '디테일의 악마'를 선용(善用)해가는 한반도 주변 지도자들의 지혜를 기대해본다.   

 

kckim100@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李정부 국정 5개년 책자 나왔다 [서울=뉴스핌] 윤채영 지혜진 기자 =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담긴 책자가 발간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날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에는 123대 국정과제에 대한 주요 내용과 구체적인 입법 방향 등이 담겼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8.13 photo@newspim.com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13일 1호 과제로 발표한 개헌에는 대통령 권력 구조 개편도 포함됐다. ▲4년 연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감사원 국회소속 이관 ▲대통령 거부권 제한 ▲비상명령 및 계엄 선포 시 국회 통제권 강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도입 ▲중립성 요구 기관장 임명 시 국회 동의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또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 등 헌법 전문 수록과 검찰 영장 청구권 독점 폐지, 안전권 등 기본권 강화 및 확대,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위한 논의기구 신설, 행정수도 명문화 등이 개헌 과제로 포함됐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도 추진된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재외국민 투표 관련 규정을 개정해 국민투표법 위헌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개헌 찬반 투표는 2026년 지방선거나 2028년 국회의원 선거 때 실시하겠다고 명시했다. [서울=뉴스핌]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 2025.8.20 ycy1486@newspim.com 이번 책자에는 국정기획위가 지난 13일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공개한 123대 국정과제보다 훨씬 세부적인 내용이 담겼다. 당초 국정위는 이날 국정운영 5개년 계획도 공개하려 했다가, 돌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비공개 결정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위 소속으로 활동했던 한 위원은 뉴스핌과 통화에서 "갑자기 보안을 강조하면서 내부 자료는 절대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유는 모른다"고 전했다.  ycy1486@newspim.com 2025-08-20 15:55
사진
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