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런 북미정상회담 취소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이해하며, 핵 문제와 납치 문제 등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 북한에 대한 압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25일 지지통신,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회담 개최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비핵화 등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까지 일본이 주도해 왔던 최대한의 대북 압력 노선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라며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 외무성 관계자는 미국의 회담 취소 통보에 대해 “북미회담의 개최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에서 북한으로부터 구체적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 게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일본 내에서는 급격한 한반도 정세 변화 속에서 일본이 소외되고 있다는 이른바 ‘재팬 패싱’에 대한 우려가 높았던 만큼 북미회담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 22일(미국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연기 가능성을 언급했을 때도 일본 정부는 “중요한 것은 개최 자체가 아니라 핵·미사일·납치 문제가 진전되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이해를 나타낸 바 있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상도 “회담은 핵, 미사일, 납치 문제 해결이 궁극의 목적이다”라며 “그것이 따르지 않으면 의미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북미 간 핵·미사일 문제가 진전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납치도 해결되지 않는다. 일본에게 있어서는 북미 회담이 서둘러 개최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또한 익명을 요구한 자민당의 한 간부 의원은 “(납치 문제 해결 등) 일본이 기대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보다는 (회담 취소가) 바람직하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북미 간 긴장 상태 장기화 우려”
한편, 일본 언론들은 이번 북미회담 취소로 인해 북미 간 긴장 상태가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반도 정세가 다시 불투명해졌다”며, “당장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진 않겠지만 최대 초점인 비핵화에 대한 의견 대립이 회담 취소의 결정적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북미 간 긴장 상태가 장기화 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아사히신문은 “세계가 놀란 갑작스런 한 통의 편지였다”며 “북한이 미국에 대항 조치를 취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어 한반도 정세가 다시 위기 상황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미회담이 다시 개최되기까지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비핵화를 둘러싼 양측의 의견 차이는 즉각 메우기 힘든 것이 분명해졌다”고 지적했으며, 아사히는 “미국이 요구하는 즉시 완전한 비핵화 조건을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는 한 가까운 시일 내 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 日 정부, 향후 미국과의 연계 더욱 강화할 것
앞으로 일본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뿐 아니라 납치 문제의 포괄적인 해결을 요구하며 미국 정부와 계속해서 긴밀히 연계해 북한 대응을 조율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당의 야마타니 에리코(山谷えり子) 전 납치문제 담당상은 “핵·미사일 문제,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제대로 된 국가로 발전해 나가도록 국제 사회의 압력과 미·일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도 오는 6월 8일부터 9일까지 캐나다 퀘벡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 향후 북한 정책을 조율해 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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